십팔사략 3 - 전국시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제3권 전국편이다. 전국의 한자는 전쟁 전과 나라 국이다. 혼란함의 극치를 훌륭하게 함축하고 있다.
현재 시대상도 마냥 평온하다고만 할 수 없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요순이라 할 수 있겠다. 매사에 불평을 가라앉히는 역사적 구실로 삼아보고자 한다.

본 권 역시 영웅을 중심으로 서술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대단한 위인들이 줄지어 등장되었다. 앞 표지에서는 굴원이 사무치게 괴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뒷 표지는 손빈이 엎드려 한쪽 눈으로 노려보는 장면이다. 3권에 접어들면서 고우영 화백의 내공이 점차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충 그린 그림인 듯하나 볼수록 생동감이 느껴진다. 고 화백에 대한 칭송에 이제서야 동감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귀곡의 동문 소진과 장의의 라이벌 의식은 유종의 미로 정리되어 다행이었다. 동문동기 사이에 오묘한 경쟁심리는 2500백년 세월이 무상하다.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기운이 발동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소진이 장의를 돕는 것이 장의에 대한 애정만은 아니었던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맹상군의 폭 넓은 인재채용과 그 덕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웃음이 나면서도 교훈이 되었다. 단점만 있거나 반대로 장점으로만 채워진 인간은 없다. 단점을 장점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완벽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인상여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심코 사용하는 한자어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담겨져 있을까. 자칫 여기 소개된 오기가 지기 싫어한다는 오기라는 단어의 어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다른 한자어였다.
글에 단어선택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조나라 인상여와 염파장군의 사연도 살아가는데 지혜가 된다. 어떤 일을 피해갈 때 무서움 보다 더러움을 핑계 삼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그 인상여는 염파장군을 피하는 이유가 무척이나 대의적이다. 둘의 갈등에 기뻐할 진나라를 생각하며 피하는 것이다. 결국 둘은 화해한다. 기존 두 가지 대표적 회피의 이유가 무한히 많아지게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기뻣다.

끝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사에 대한 생각이 어떠하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자결하는 자들을 보아서는 사후세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백의 자결은 명예, 굴원의 멱라강 투신은 애국, 왕축의 불사이군은 충의를 지키는 댓가였다. 죽어서도 면목을 생각한 것인가, 개자추와 같은 일종의 고집스런 심리로 이해해야 할 것인가.
요즘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과도 연관지어 볼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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