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 - 아기가 행복한 엄마 마음 색칠태교
이상미 글, 이보라.김연주 그림 / 책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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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책이 다 있다니!

책을 받아보고서 처음 든 생각이었습니다.

일러스트 책답게 큼지막한 크기에, 색칠할 때 종이를 받칠 수 있는 빤빤한 종이받침과 작은 소책자(‘하루 하나 문학 태교’)가 부록으로 온 것을 보고 더욱 기분이 좋아졌지요. 갓 태어난 아기 속살처럼 말랑말랑하면서도 두툼한 책을 가슴에 품고서 얼른 작은 방, 단단한 책상 앞에 앉아 수줍은 화가지망생처럼 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습니다.

단순한 색칠태교 책이 아니잖아! 표지에는 그림 이보라, 김연주 외에 글 이상미 라고 버젓이 글쓴이의 이름이 써 있습니다. 나는 허겁지겁 책날개를 들춰 봅니다.

‘아랫배가 싸한 느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인을 해 보니

새 생명이 찾아온 게 맞다.‘

 



이 책은 아기천사를 품은 예비 엄마의 눈을 정성스럽게 그려진 일러스트로 즐겁게 해 주고, 색깔을 고르고 손가락에 강약과 리듬을 태울 엄마의 손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닙니다. 사랑할 준비에 조바심치는 엄마의 가슴을 끓어오르는 사랑으로 채워줄 아름다운 시집입니다. 임신 기간 40주, 일주일에 색칠 한 페이지, 시 한 토막.

리뷰에다 그 구절구절들을 옮기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진짜 자신의 가슴속에 아기를 품어보았던 엄마만이 지을 수 있고, 고를 수 있는 시와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종이 한 장 한 장 달게 훑어 나갔습니다.

 




자, 당장 시작하자!

그러나 선뜻 색연필을 들기가 겁이 납니다. 아름다운 그림을 망칠까봐서이죠. 그저 이 흑백선으로만 된 그림만 봐도 아기의 심장이 예술적으로 고동칠 것 같습니다. 임신을 해서인가, 갑자기 숨이 가쁘고 심장이 펄떡펄떡 뜁니다. 하지만 책 앞쪽에 있는 ‘컬러링가이드’를 읽어나가며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색을 선택하고, 아름답게 채색하는 팁이 쓰여 있거든요. 한때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색칠에는 젬병이었던 나에게 이 팁들은 완전 꿀 같았어요. 조각 그림으로 색감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강조할 부분만 따로 읽을 수 있도록 푸른 물결 선을 친 색칠 팁들은 정말로 유용했어요. ‘넓은 면부터 먼저 칠하고 점차 좁은 면을 칠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처음에는 손에 힘을 빼고 흐리게 칠한 뒤 원하는 진하기가 나올 때까지 덧칠해 가세요.’ 무조건 알록달록 색칠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배색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것인지 이제 알았어요.

 




아기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게다가 아기를 키우면서 순간순간 해야 할 선택도 무지 많을 거예요. 아가가 사용할 젖병에서부터 기저귀, 유모차, 책, 옷...조금 더 크면 아가가 다닐 유치원과 학교, 좋다는 교육법....엄마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하나하나 다 선택해야만 해요. 밤잠을 설치며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눈이 벌게지면서 인터넷으로 유용한 정보를 모으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동네 교육정보를 긁어모으게 될 테지요. 때론 나의 선택에 으쓱해하기도 할 거고, ‘~할걸.’하고 후회하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실패는 없다고 생각해 보아요. 중요한 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뿐이고, 나는 엄마니까요. 매 순간 행복해하는 것이 완성된 작품보다 중요해요. 너무 겁내지 말고 일단 시작하기로 해요.

 



뭐든지 서툴 초보엄마와 아기처럼, 집에 있는 색연필들을 그러모으고 오래 묵은 파스텔을 꺼내 시작해 봅니다. 어쩌면 72색 색연필을 사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시간과 노력, 그리고 페이지를 더해가면서 그림은 좀은 봐줄만해질 테지요. 작은 콩 같던 아기의 몸에 길고 아름다운 팔다리가 생기고, 눈은 초롱초롱 빛을 더해 가고, 발길질엔 엄마가 ‘아야’ 할 정도로 힘이 붙어 가듯이 말이죠. 이 책의 색칠을 끝낼 때쯤에는 액자에 넣어 장식할 산뜻한 엄마의 그림 몇 점이 완성될 거고,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의 그림을 알고 있었던 소중한 내 아기와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색칠태교 책 ‘엄마의 시간’은 엄마가 아름다운 그림을 색칠하면서 행복해하고, 아이의 성장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고, 색을 선택하고 정교하게 칠하는 과정을 통해 엄마와 아이의 예술적인 감각을 키워 줘요. 이 책은 내 아기를 위한 첫 번째 선택이랍니다.

쓰러지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다시 일어서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야.
두 발로 걷는다는 건, 일어서는 횟수보다 더 많이
넘어지고 나서야 가능한 거니까.
물론 엄마는 알고 있단다.
네가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 걸어보려 할 거라는 걸.
그리고 마침내 홀로 일어나 당당하고 자유롭게 걷게 될 때까지
엄마도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할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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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2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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