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병동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7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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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동'을 다 읽었다. 솔제니친의 초기작이어선지 대작이라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작인 '수용소 군도'가 대작이겠지 싶다.

솔제니친은 같은 러시아 작가지만 톨스토이와는 다르다. 톨스토이는 어떤 문제의 옳고 그름을 내면속에서 규명하려고 애쓰며 살았다. 그리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려고 했다. 그의 작품속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타협하거나 절망하는, 그러나 헤쳐나가는 인간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솔제니친은 그런 것보다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고통받는 인간 군상에 대해 그린 르뽀작가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스탈린의 압제에 말할 권리를 잃고 수용소로, 추방지로, 암병동으로 쫓겨다니는 올레그...그가 만난 스탈린 사회의 온갖 부조리, 피해자의 고통, 가해자의 고통(책 안에 나오는 캐릭터 중 공부원인 루사노프), 배신자의 고통(교수였던 슐루빈), 노동자의 고통, 가난의 고통,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썼다. 각자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인간들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암'이라는, 회복가망성이 희박한 고통을 하나 더 안고서 암병동에 수용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살면서 발전시켜온 그들 나름의 삶과 사회에 대한 견해는 굳건하다. 사회주의의 이상이라든가, 부조리라든가, 초기이념에 대해서 환자들끼리 논쟁마저 일삼는다.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하여 알 권리, 치료법을 선택할 권리와 의사의 치료권리가 팽팽히 맞서기도 한다.

 

노동자 예프렘은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한번도 자기 인생에 대해 진지해보지 못했다. 암병동이라는 인생의 끝바지에 다다라서야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게 된다. 그는 '그것은 사랑'이라는 결론을 가지고 부분 가슴으로 퇴원하여 길에서 죽는다. 그에게는 그 결론에 이른 것이 어쩌면 잘됐다. 뭔가 희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맛보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질학자 바짐은 '그것은 사랑'이라는 결론은 무슨 씨나락까는 소리야며 일축한다. '무슨 사랑은 사랑이야, 우리는 돈으로 살지!' 사랑이야, 돈이냐, 아니면 다른 것이냐? 각자 좋은 걸 택하면 되는 걸까? 결론을 누가 내릴 수 있으랴..

 

솔제니친은 암병동에 들고나는 환자들 수만큼이나 많은 엎치락뒤치락 논쟁거리를 등장시킨다.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라기 보다는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옳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작은 사회, 암병동. 그곳의 환자들은 우리 모습일지 모른다. 곧 끝날 불투명하고 보잘것없는 삶의 며칠간을 착각과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으로 채워보내고 있다.

환자들의 성격과 신상과 남은 여생이 얼마나 될지 훤히 알고 있는 의사들 역시, 병이라는 인간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신과같은 권리와 힘을 가졌던 사람이 돌연히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는 서글픈 납세자가 되는 거다.

 

솔제니친은 실제로 수용소와 추방지, 암병동까지 산전수전 경험했다. 이 책은 한 솔제니친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판과 애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방이 뚫린 열린 결말, 제시만 하고 밑이 빠진 항아리같은 중얼중얼 비판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감? 이 부분은 천용하고도 만날 부딪히는 부분이다. 나는 항상 무슨 결론을 내려주길 바라니까. 대안이 없으면 말도 꺼내지 마라 식이 되어버린다. 그것은 내가 고쳐야 하는 거고...

 

르뽀문학은 읽기엔 즐겁다. 그렇지만 보기보다 챙겨야 하는 게 많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땀한땀 공들여 쓴 그의 의도를 십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을..게을러서 그게 잘 안된다. 러시아 역사책을 훌렁훌렁 넘겨보기만 하였는데..역시 이런 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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