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기분이 아주 좋고, 은우랑 킬킬거리며 장난을 치고 놀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의욕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공부도 하기가 싫었다.(1분을 틈타 곁눈질로 노트를 보며 새 단어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내가)

원인은 팔에 있는 듯했다. 이상하게 팔이 무겁고 뻐근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팔을 편안히 내려놓고 따뜻이 하자 하고 누워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이 세상은.......뭐하러 있는 거지?'

 

중병에 걸릴 것도 아니고 팔이 좀 피곤하다고 이렇게 까지 기분이 쳐지다니.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것인가.

주의를 돌리고 싶어도 의욕자체가 없으니. 지금도 왼팔이 계속 불편하다. 날씨가 추워져서일까?

나의 왼팔, 나의 왼팔.

엎드려 책을 읽거나 글을 쓸때 나를 지탱해주는 나의 왼팔.

 

어제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고 사실 약간 실망을 했다. 톨스토이의 장편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그의 단편들은 뭐랄까? 좀 교훈적이고 상징적이어서 싫다.

남을 평가하고 선고를 내리는 판사였던 이반 일리치. 그가 어느 날 원인모를 병에 걸려 인생의 피고로 전락한다. 그러면서 죽어간다. 죽었다. 는 이야기인데 정말 너무 기획적이다.

 

어쨌든 주제가 죽음이니 만큼 이런 글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도 죽는다.'라는 애매한 명제가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듯 이반 일리치는 그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죽는 것을 일일이 다 봤어?' '그건 다른 사람들한테나 일어나는 일이야.' '나는 빼고야.;'

 

'죽음' 문제는 많은 작가들이 주목한 주제였다. 그러나 '죽음'이 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 뿐 아니라 나에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삶도 모르겠다. 삶은...왜 있는거지?

사명감이 어쩌고 하며 기분이 좋을 때는 여러가지 이유를 붙이며 삶에 대해 뭔가 아는 척도 해보지만.

도대체 오늘의 이 기분은 뭐지?

나의 왼팔은 꼭 왕따라도 당한 듯이 우울한 기분이고 홀로 떨어져 뻘줌해있는 것 같다.

그전에 나는 목부분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다. 왠지 머리가 너무 무거워 목이 가누기 힘들어했다고나 할까?

머릿속에 별고민이 없는데 이렇다는 건 내가 뭔가 나자신에게까지 숨기고 있거나,

체력이 모자라는 탓이다.

 

아니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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