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아무도 없다
도나 윌리암스 / 평단(평단문화사) / 199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후진 도서관 소설 칸에서 발견했다. 어디에도 아무도 없다...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도 자신은 자신이 지켜내야만 하는 이 세상에서 이처럼 분명한 제목은 없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정이 많아진 건지. 아니면 도나처럼 그애게서 나와의 어떤 공통점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제부터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겠다. 지금껏 그것을 거부해 왔었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글쎄 살 만한 것이라든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이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도나가 살아가는 모양은..아무래도 어쩔 수 없어서였다고 말하는 게 옳겠다. 지금까지 자폐증 환자가 정확히 뭔지 잘 몰랐었지만 적어도 그건 병이라기 보다는 어떤 성향 같은게 아닐까? 자기만의 언어로 상대방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 각종 규칙적인 것들과 연속적 문양들에 매료되는 모습들, 지나친 관심을 위협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을 방해하는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갈망하는 것...다만 내가 벽에 머리를 짖찧는다든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뛰어든다든가 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자폐증 환자가 아니라는 증거이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나도 도나처럼 어린시절에 난폭한 어머니를 가졌다면 그렇게 까지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연상태라면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자유스럽게 살 수 있는 무한 잠재력을 가졌는데,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도나는 현명하고 지적인 윌리와 애교많고 항상 웃는 캐롤을 자기 껍데기로 삼아 진짜 ‘도나’는 저기 저 뒷방에 갇히게 된다......

뭐가 그렇게도 불안스러울까..뭐가 그렇게도 절망적이고, 어떤 비난이 그를 위협하는가?

비난과 오해와 내리누르는 눈빛보다는 차라리 무관심이 낫다. 세상이 내게 무관심하면 그제서야 나는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들을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하며 살아갈 수 있을텐데..확실히 나 자신에게 몰두하면서 새 기쁨을 누릴 수 있을텐데..

비난이 무섭고 오해가 싫어서 움츠러든다. 그러다가 도나는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나는 정상인일까?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정상이 아니라고 판명난 것들을 숨기고 캐롤과 윌리에게 의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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