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중에는 내내 가슴 답답함을 느껴야했다. 49미터 위의 크레인에 올라가 수십세월을 내려오지 않는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은 시절은 그렇다치고 전쟁이 나서 친구와 이웃이 죽고 둑이 무너져 발 밑이 바다로 변하고 다시 땅으로 변하기까지 크레인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니!!그러나 이 소설은 읽은 뒤에 자꾸 되새기게 하는 면이 있었다. 크레인 위에서 보는 세상은 방관적이다.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지 않으면서도 모든 걸 볼 수 있다. 물론 땅 위에서 보는 것과 각도는 다르지만 말이다. 여기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힘들어하면서도 사람들 곁에서 아주 떠나 버릴 수는 없는 인간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크레인 역시 그냥 무생물로만 간주할 순 없었다. 주위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죽어라고 땅에 뿌리를 단단히 박고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