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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잇는 30센티 ㅣ 아라미 성장 동화 2
고정욱 지음, 박세영 그림 / 아라미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니 코로나 이전 작년이 떠오른다. 아이는 1반이 됐다면서 좋아했는데 새학기가 되고 한동안 별 말이 없었다. 친구 많이 사귀었냐고 물어보면 원래부터 다 아는 아이들이라면서...한 학교에 4년을 내리 다니니까 친구 사귀는 문제는 좀 덜해진 것도 갔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의외의 말을 했다. 자기 반에 어떤 아이가 있는데 말을 안한다고 했다. ‘네’가 고작이라면서. 그리고 그 아이의 앞 뒤,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수난을 당한다고 했다. 얌전히 있다가도 자 같은 거를 갑자기 휘두르고, 친구의 책상에 있는 물건을 쓸어서 떨어뜨리고, 수업시간에 갑자기 일어나 운동장으로 나가서 선생님이 데리러 뛰어나간 적도 많다는 것이었다.
왜 그 아이가 우리 아이의 반이 됐을까? 학업에 방해되지 않나? 위험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는 통합수업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항의하기도 그렇고, 장애 아이에 대해 잘 모르면서 무슨 의견을 내기도 그래서 그냥 괜히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라고만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까 알겠다. 그 아이가 자폐 장애아였다는 것을. 큰 아이는 책속 주인공 부열이를 보면서 ‘맞아, 맞아, 엄마 그 친구도 그랬어.’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투표할 때도 꼭 껴주고, 놀때도 같이 껴주고 하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얌전해졌다고 말했다. 한 2학기쯤 돼서부터 그랬다고 한다. 보통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자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자기표현과 소통을 못해서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책속 주인공 부열이도 같은 일을 겪는다. 통합수업으로 만나게 된 친구들과 잘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부열이는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고 나온다. 자폐 장애가 있어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맘껏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니까 답답했던 마음이 많이 열리고 주변의 아이들도 그림을 통해 부열이의 마음을 알게 되어서 소통이 일어났다. 그림으로 하는 소통이라니, 꽤 의외고 반전이다! 그것도 30센티 자를 대고 그린 그림이라니 재미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록에 한부열이라는 작가는 실제 활동하는 화가라고 나와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보니 과연어린아이의그림 같기도 하고, 미술관에서 보던 그림 같기도 하다. 책을 읽은 아이에게도 30센티자로 그려보라고 했더니 나중에 그린단다. ㅎㅎ 개인적으로 숨박꼭질 레드 같은 그림은 그리기가 쉬울 것 같다.
그때 공개수업때 우리 아이네반 그 아이를 실제로 봤다. 아이의 얼굴은 웃는 상이었고, 선생님이 질문하실 때마다 손도 들고,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알고보니 다른 부모들도 그 아이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던 듯, 그 아이가 웃을 때마다 미소가 이쁘다면서 칭찬을 해 줬다. 부열이가 자기 그림을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춤을 췄듯이, 그 아이도 자신이 받아들여진다는 것,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고 환한 웃음으로 연실 답했던 것 같다.
149쪽
또 사람들이 각자 다르다고해도요, 다르다는 것도 고작 30센티만큼 다른거예요. 서로 안아 준다면 그 다른것도 금방 하나가 되고요.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하나가 되면 틀린 것도 다른 것도 다 없어지잖아요. 부열이가 바로 그런 뜻으로 30센티 자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게 아닐까요?
154쪽
선생님은 좋아하는사람들의 따스한 손을 그리고 가슴으로 껴안아주는 사람들을 그리며 ‘사랑한다‘고 말해요. 정겹게 숨바꼭질하는 아이들, 가슴을 부풀리고 지저귀는 새들을 그리며 ‘아름답다‘고 말하지요. 그 그림들에는 사람들과 소통하고픈 선생님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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