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의 일기
M. A. 세셰이예 지음, 류종렬 옮김 / 마실가(=사진마실)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정신질환만큼 편견이 심한 병도 드물다. 감기가 기관지에 생긴 병이라면 정신질환은 단지 뇌에 생긴 병일뿐이다. 오히려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은 훨씬 덜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편견의 폐해는 매우 크다. 방화나 살인사건 등 범죄가 발생하면 바로 정신질환자를 의심하기 일쑤이다.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정신질환자하면 난폭한 범죄를 연상하는 것은 범죄영화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편견이다. 살인 등 범죄는 망상에 시달리는 극히 일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충동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정신질환자에게서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치밀한 범죄는 찾아볼 수 없고,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 인구의 범죄율의 절반 이하로 나타난다.

또한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환자는 대부분 한때나마 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서는 질환이 만성화되어 치료기간이 길어진 환자들만 보이기 때문에, 많은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은 불치병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단지 다른 병에 비해 치료기간이 평균적으로 길뿐 반드시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대략 정신분열증 환자의 50% 정도가 병에서 회복되어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 특히 최근 개발된 효과적인 신약으로 정신분열증 등 난치성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일반인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이 어릴 때 가정환경이 나쁘거나 부모의 교육이 잘못되어 생긴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편견은 정신분열증 환자 부모에 대한 낙인과 그 부모들의 그릇된 죄의식을 낳는다. 예전에 정신질환의 치료, 특히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초발전조(정신적 상흔)가 어린 시절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가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르네가 경험했던 어린 시절의 배고픔과 내버려짐이 정신분열증의 원인이고 이의 적절한 해결이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게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정신분열증이 부모 양육과정의 잘못으로 발병했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의 편견에 부응하는 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이 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 책이 단지 1950년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직 정신분열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때문에 어린 시절 양육과정의 잘못은 원인의 일부일 뿐 정신질환의 원인 전부를 설명할 수 없고, 이러한 정신분석적 치료도 환자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단지 1950년대 당시 정신분열증 치료의 대표적 방법, 정신분석적 치료법이 잘 기능하여 정신분열증을 극복한 사례를 설명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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