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병 : 청소년비행학입문 - 신지성사회과학총서
양만우 지음 / 신지성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외국에서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많은 학자들이 조로(早老)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전주교대의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가 7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또 한 권의 책을 저술한 것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청소년비행을 병이라 생각하는 저자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물론 환경에 대한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비행을 병으로 생각한다면 환경으로부터 세균 침입시 개인에게 저항력이나 면역성이 있다면 병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입장에서는 불건전한 가정에서 양육되어 마음이 허약한 청소년이 세균에 감염되듯 비행병이 발병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기존의 사회체계는 정당하고 주어진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문제의 책임은 개인이나 가족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입장은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사회체계의 변화보다는 개인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문제 해결방법은 비행문제와 연루된 개인이나 가족을 교정하고 치료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것, 즉 개인의 변화나 적응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접근방법만으로 비행문제를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기존의 정부, 경제, 사회계층, 교육제도 등 사회제도적 측면들에 대해 근거없는 정당성과 면죄부를 부여한다. 따라서 사회적 비판으로부터 기존질서를 보호하면서 권력자들을 정당화시킨다. 물론 환경이나 체계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 것도 문제이지만 개인의 책임만을 주로 묻는 비행병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에게 시급한 현안 문제는 비행병에 걸린 청소년이 아니라 비행을 일으키는 불량한 환경이다.

더불어 책의 편집과 관련하여 사소한 몇 가지를 지적한다면, 영미 등 외국 학자의 이름이 일본식 발음표기로 되어있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사다랜드”는 Sutherland 같은데 참고문헌에는 일본학자의 문헌만을 실어놓아 누군지 파악하기 어렵다. 학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단어들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게이스워카”는 아마도 caseworker로 사회복지사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 단어만으로는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영어를 병기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또한 “암수”, “파약” 등과 같은 일본식 한자조어를 한자와의 병기 없이 한글로만 표기하여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이 개인의 연구 성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와의 교류를 의도했다면 단어의 선택, 인용이나 참고문헌의 표기 문제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최근에 본 책 중에 가장 오탈자가 많은데 이는 저자의 책임이라기보다 출판사의 무책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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