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전유성 / 가서원 / 1995년 11월
평점 :
품절
너무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까? 저자의 얘기들이 때로는 고정관념 흔들기라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고정관념으로 생각되거나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이 그만큼 많이 변해버린 것일까?
책을 많이 읽고 아이디어도 많은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의 책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한 탓인지 좀 실망스러웠다. 그의 번뜩이는 기지보다 떼를 쓰고 억지웃음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보시에 대해서 쓴 내용을 나를 더욱 실망시켰다. 누가 도와줬는지 모르게 남을 도와준다는 무주상 보시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앵벌이 예를 들고 있다. 단순한 동정심에서 보시를 한다면 주는 사람에게는 선을 행했다는 뿌듯함이 생기겠지만 받는 사람은 별 도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주상 보시한다고 앵벌이하는 애들에게 돈을 팍팍 집어주면 양아치들이 줄줄이 이 길로 나설 것이기 때문에 배고픈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라고 얘기하고 있다.
물론 그들에 대한 단순한 동정보다는 그들의 자활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이 팍팍 집어주는 수준도 아니고 이들이 절대적인 생존수준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 이들에게 먹고 살 물고기도 없이 죽으라는 것인가?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생활보호대상자 중에는 재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 보고를 통해 보조를 받는 한두 명 거짓 수급자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거짓 수급자들 때문에 모든 생활보호를 철폐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되는대로 도와줄 기회가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도와주라고 하고 싶다. 이들 중에 파렴치한 양아치의 앵벌이도 있겠지만 진짜 돈 몇 푼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하나라도 도울 수 있다면 이런 보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