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에서 체리새우를 처음 보았다. 수초 가득한 어항에 내 손톱만 한 크기의 새빨간 새우들이 있었다. 나는 것처럼 헤어치는 모습이 예뻤다.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 나랑 닮았다. ㅋㅋ p23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 나랑 닮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인공 다현이는 그래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 수 있을까 싶다. 마흔이 넘은 나도 어떨 때는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아람아! 이 시간에 웬일?"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아람이는 학원에 도착해 있을 시간이었다.
"어쩌지? 다현아! 나 부탁 좀 할게."
다급한 목소리였다.
"뭔데, 무슨 일 생긴 거야?"
"나 완전 미쳤나 봐! 우리 집에 가서 영어 교재 좀 갖다줄 수 있어? 집에 들르지 않고 오느라 학원 교재를 안 갖고 왔어. 곧 1교시 시작인데, 으악! 네가 날아와도 1교시 전에는 못 오겠지? 그럼 리스닝 교재만 갖다줘. 해 줄 수 있지?“
.......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아람이 할머니가 교재를 건네주며 말했다.
"얼른 가라!:
단호한 명령조였다. p29
친구의 심부름을 정신없이 하고 나서, 다현이는 아람이 할머니의 말에 서운함을 느낀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고마운걸 알긴 하는 걸까? 하며 말이다. 이 부분을 읽는데 짜증이 났다. 어쩜 친구에 대한 예의가 이리도 없을까 싶었다. 학원에 갔는데, 교재를 안 가져왔다, 그래서 친구한테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런 것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다현이는 이해할 수는 있지만...
'친구에 대한 예의'란? 사람들 사이에서의 '예의'란?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지켜야하는 규범도 아니다. 그저 동등한 인간으로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선'이란? 서로에게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면 될 것 같다. 서로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에서의 부탁이라면 괜찮다. 나에겐.
5학년 때 그 사건 이후에도 몇 번 더 은따 분위기를 겪었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나에 관한 말, 그것은 내가 잘난 체하며 따지기를 좋아한다는 거였다. 나는 그때그때 내가 하는 생각을 말하고 싶다. 내가 잘한 것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다. 잘 모르겠다. 왜 인간이 겸손해야 하는지. 그건 위선 아닌가? 하지만 그 이후 나는 절대 나대지 않고, 어떻게든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따지고 싶은 일이 생겨도 말로 내뱉기 전에 꿀꺽 생각을 삼켰다. p32
어떻게든 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회. 서글프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더더,,, 나를 숨기고 주변 분위기에 그냥 스며들 듯 지내려고 하는 것 같다. 조금만 달라도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 하는 사회가 되어버려서. 튀어도 괜찮고, 좀 나대도 괜찮고, 좀 따지며 살아도 배척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이상적인 사회일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속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은따시킬 테면 시키라고 해. 너랑 친구 못 하면 자기들만 손해지 뭐. 둘러보면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친구 왕따시키고, 은따시키는 그런 인성 가진 애들이랑 어울리느니 차라리 혼자가 나아." p50
'그러든지 말든지'라고 생각하는 것, 어른인 나도 어렵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울 것 이다. 멘탈이 엄청나게 강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멘탈이 강해지려면?
사실 제일 먼저 은유를 미워한 건 아람이였다.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 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p52
친구의 말을 신뢰하고, 친구 편을 들어주다보면, 본인이 직접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을 이미지의 괴물로 만들 수 있는 것, 무서운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무서운 일은 인간관계 맺음 속에서 빈번하다.
인간관계를 위해 친구의 말을 신뢰하고, 편들어주고 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미지의 괴물이 된 당사자가 억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친구들 서로서로가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겠지.
"과제할 때 내내 그랬어.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자동으로 그게 아니래. 결국 포기했잖아. 어차피 의견을 내도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 말해 봤자 시끄러워지기만 할 거라서. 나중에는 그 애들이 하자는 대로만 했어." p61
요즘엔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내 말' 하기에만 바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다. 다른 생각을 존중 받지 못하고, 그저 다수가 하는대로 따라가야만 하는 것은 어떤 개인에게는 괴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 이런 현실이 바뀔 수 었을까?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
"어쩌지? 다현아! 이 쇼핑백들 우리 집에 좀 갖다줄래? 집에 들렀다 가면 학원 지각할 거 같아서 그래." p89
이런 부탁을 하는 친구는, 없어도 된다. 그냥 친구 안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자!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러다 보면 과제할 때 너희처럼 좋은 친구도 만나고, 봉사활동이나 마을 밥집 가면 거기서 또 멋진 친구들을 만나. 그럼 됐지 뭐." p156~157
그날 이후 설아가 했던 말이 무한 반복되어 자꾸 생각났다. 가장 가슴 아팠던 말은 이거였다. 은따였던 나를 자기네 그룹에 끼워 줬더니 내가 배신을 한 거라고. p164
왜 험한 말을 내뱉은 사람은 맘편히 지내고, 험한 말을 들은 당사자는 그 말로 힘들어야하지?
험한 말을 내뱉은 사람은 사과할 줄 모른다. 험한 말을 들은 사람은 그 말이 뇌리에 박혀 마음이 힘들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어, 무한 반복되어 자꾸 생각이 났다는 표현이 너무도 공감되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완벽한 혼자는 없다. 혼자라고 자기 연민에 빠질 것도 없고, 주눅 들 것도 없다! p170
세상엔 나랑 안 맞는 사람도 있지만, 나랑 잘 맞는 사람도 있다! 절대 혼자일 수는 없다.
당장, 친구도 없고 혼자라도 언젠가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사별했고, 자경이도 이혼했더라고. 처지가 비슷하니 가끔 통화하고, 톡 주고받고, 밥 먹고, 영화 보고 하는 거지 뭐. 사는 얘기, 아이 키우는 얘기도 하고, 친구가 그런 거야. 살다 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다 그래." p177
"다른 사람의 시선에 과도하게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어. 남들이 뭐라 하건 너한테 집중해."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