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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기 꺼려하는
현대의 다섯 남녀들이 한 집에서 동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남의 눈에는 얼마든지
시시하다, 한심하다 하는 식으로 가볍게 비추어져도
각각의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속단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대체로 소소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편인데

여기에서의 인물 모두가
때로는 서로의 존재와 도움을 고맙게 여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고 있는 척' 하는 것 뿐.

일상생활 안에서도
가끔 문득 소스라칠 만큼 큰 위화감을 느끼면서
늘 혼자 중얼거리듯 자신의 내면 속으로 쓸쓸히 파고 들어가는 이 이야기 속의 사람들과
또한 그럴 수 밖에 없는 풍경이 안타깝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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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몰려온 지독한 배고픔, 어느 날 소멸해 버린 코끼리와 그의 사육사,
잡지에 실린 쌍둥이 사진의 발견, 잔잔하던 날씨 가운데 돌연히 몰아치는 강풍,
난데없이 한 여자에게서 걸려 온 전화, …
 
여기에는
시시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잔잔한 일상의 수면 위에
돌을 던져,
그 위에 크고 작은 물결을 일으키는 몇 편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문득, 늘 겪던 평소의 삶에서 일탈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펼쳐봐도 좋을 만한 이야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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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존 그리샴 지음, 최수민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를 건너뛴다면 정말 신날 거야.' 라고 그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브부터 열 손가락을 한 번만 꼽으면 1월 2일이 된다. 트리도 없고, 쇼핑도 없고, 의미 없는 선물과 팁이나 소란도 없고, 교통 체증, 군중, 생크림케이크, 술도 없고, 누구에게도 꼭 필요한 게 아닌 햄도 없고, <루돌프 사슴코>나 <눈사람 프로스티>도 없고, 사무실 파티도 없고, 허비되는 돈도 없고……. 그렇게 그는 끝도 없이 꼽아 나갔다. 그는 운전대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이제는 지그시 미소까지 지으면서, 뜨거운 바람이 발을 녹여주는 것을 느끼면서 크리스마스로부터 도망갈 꿈을 즐겁게 꾸고 있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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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책들은 바코드 스티커 부착 때문인지 언제나 종이 커버가 벗겨져 있는 상태라서, 대개는 맹숭맹숭한 단색의 알맹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책의 표지를 확인하게 될 때면 때때로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나 예쁜 표지였군!'하고. 이 책도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을 때 제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맹맹한 회색 알맹이를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표지가 저렇게 깜찍(?)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그리 남들과 왁자지껄 즐기면서 보내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제목에 공감을 하면서 이 책을 집어들었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등과 같은 정신없고 귀찮은 일들을 매우 싫어하고 삐딱하게 바라보며 시종일관 구시렁대는 주인공 루터의 모습은 내게 익살맞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라서 정감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들 부부는 온갖 고생과 쓸데없는 지출이 난무하는 크리스마스를 건너뛰는 대신에 유람선을 타고 카리브 해로 휴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비웃음과 부러움을 동시에 사게 된다.

하지만 전화 한 통화에 이제까지의 온 상황이 한순간에 역전되어 버릴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 책의 중간 부분까지는 진행이 빠르지 않으나 중-후반은 그야말로 '허둥지둥' 지나가 버린다. 워낙 주인공들도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들과 같이 마구 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것도 작가의 능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는 법정 스릴러 소설들로 유명한 작가라서 그런지, 그 장르가 아닌 다른 소설이나 글에서도 충분히 그의 그러한 역량을 느낄 수 있는 듯.

루터 부부의 꿈을 이루기에 현실은 냉혹했지만 결국은 따뜻했던 어느 크리스마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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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과학 실험시간 조 자유 편성에서 따로 남은 둘, 고독한 10분의 쉬는 시간, 유일한 친구인 키누요가 속한 그룹의 아이들, 뛰기 좋게 생긴 두 다리, 조용한 운동장,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올리 짱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 좋다던 니나가와의 말, 올리 짱이 담긴 무수한 잡지와 사진들의 상자, 올리짱을 바라보는 니나가와를 좋아한다는 생각, 그리고 어딘지 쓸쓸하게 움츠린- 고양이 같은 니나가와의 그 등짝을 문득 발로 차 주고 싶다는 그녀의 충동.

어떻게도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선

강한 그 '어떤' 감정.

-

마치 다른 아이들과 선이라도 그어진 듯 혼자서 행동하는 여주인공 하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지만, 괴롭힘을 당하거나 하는 왕따 타입도 아닌
그저 선 밖에서 혼자 맴도는 유형이다.

하츠는 한 교실 안에서 형성되는 여러 그룹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사실에 기죽지는 않지만,
혼자라는 것 자체에는 약간이나마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이 소설에서 언급된, 혼자 보내는 10분 쉬는 시간의 얼어붙는 심정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굳이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지만, 때때로 '혼자'라는 것 자체로 매우 고통스러울 수도 있
다는 것을.
그것은 아마 혼자 낯선 곳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때때로 본능적이고도 막연한 무서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것과는 또 다른, '고독'이 진화한 공포감.



이 소설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던 한 소녀의 눈에 들어온 특이한 소년 니나가와와
그리고 그 소년을 막 관찰하기 시작한 그 소녀 하츠,
그들의 이야기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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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것이 도서관 책이라 '에세이'라고 쓰인 띠가 둘러져 있지 않았고
책 알맹이 뿐이었으므로 나는 다 읽을 때까지도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했을 뿐,
끝으로 작가의 말이 나오고, 작품해설이 나왔을 때 그제서야 에세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내가 끝까지 소설이라 믿으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이 책이 작품 해설에 나왔던 말처럼
거짓과 진실의 틈새에 묘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잔소리를 하지만 그날 밤 남편의 등에 꼭 붙어 자는 아내,
사랑하지만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간간히 공원으로 함께 산책을 나오기도 하고 티격태격 사소한 말다툼을 하기도 하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는
묘한, 두 사람 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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