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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한 달 살기 -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조숙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치앙마이 한달살기의 조숙 작가가 이번엔 라오스를 꺼내어 들었다. 라오스는 한번 간적이 있다. 태국 치앙라이를 거쳐 마약왕 쿤사로 유명했던 골든트라이앵글을 가서 미얀마와 함께 국경지역 라오스 끝을 잠시 밟아본 정도지만 라오스의 땅을 딛긴 했으니 가본 것은 맞다. 다만 여권에 스탬프도 없으니 증명할것은 사진 몇장뿐이다. 15년전쯤이니 지금은 라오스도 많이 발전을 했겠지만 당시 국경쪽 라오스는 우리의 60년대쯤 모습이랄까? 사람들은 순박함 그 자체였던 기억이다.
강력한 모계사회인 라오스에서는 막내딸이 부양과 모든 상속을 받는다는것은 신선한 내용이다. 메콩강의 정경과 그들이 사는 모습에서 그렇게 과거 여행들이 떠올랐다. 동남아는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많이 갔었다. 태국을 가장 많이 갔었는데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를 통해 선교단의 옵저버로 고산족들을 만나러 다닌 경험도 있다. 중국도 그렇지만 동남아국가의 소수민족은 참으로 많다. 당시 만난 부족중엔 라오족도 있었는데 책을 보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라오스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다. 카렌족이야 목에 링을 껴서 구별이 가능하지만 그외 부족은 사실 다 비슷해 보여서 구별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색동이 들어간 옷들하며 외모하며.. 걔중 아카족은 우리와 같은 단어를 쓰기도 한다. 아빠,나,너..등을 쓰는걸 보면 묘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라오스가 그 라오인지 궁금하다. 책 속의 사진들의 모습만 보면 구분이 안가는게 사실이다. 마침 20장 슬픈운명에서 그 소수민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경험한 고산족과 여전히 같은 모습들. 나무를 얽어 집을 만들고 바닥을 만들고 그 바닥아래에는 돼지를 키우고 집안에는 늘 화로가 있었다. 고작 대여섯살쯤 되는 아이들이 그 불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방음이라고는 전혀 안되는 그 집에서 밤새 돼지가 꿀꿀거려 한숨도 못잔 기억도 떠오른다.
저자가 들려주는 라오스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재미있다. 책 초반 체 게바라의 사진을 문짝에 붙인 새차 주인은 누구진도 모르고 멋있어서 붙였다는 대답에 빵 터졌다. 그래. 누구면 어떠랴.. 혁명이나 저항 따위 라오스에서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근데 젊었을적 체 게바라는 정말이지 잘 생겼었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배우를 했을것 같다.
아직도 전쟁은 종식되지 않았고 그 흔적인 불발탄의 위험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라오스다. 도시와 관광지를 제외하곤 현대화는 아직 멀었고 우리 70년대같은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낙후된 그 모습에 연민이나 동정을 가진다면 그건 어줍잖은 우월의식일수 있다. 그 자연스러움과 토속적인 모습이 라오스의 매력이자 근원이다.
행복지수라는걸 보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울하다. 서울에 아파트가 평균 8억이란다. 그 자산이면 지구상에서 10%안에 드는 자산가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한가? 그들이 보기엔 우리가 더 불쌍해 보일지 모른다. 언제나 수줍게 웃는 라오스 사람들의 미소가 부럽다. 라오스는 언제 가게 될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