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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면의 주인
유정아 지음 / 유한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유정아의 <귀면의 주인>은 제목부터 시선을 붙드는 소설이다. ‘귀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운 때문일까. 낯설고도 서늘한데, 또 한편으로는 그 안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아 궁금해진다. 이 책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현대 한국의 공연계로 옮겨온 작품이라고 한다. 익숙한 고전의 그림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빚어냈다는 점에서 먼저 흥미가 생겼다.
무대는 늘 아름답다.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고, 누군가는 그 위에서 환호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눈부신 장면 뒤에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귀면의 주인>은 바로 그 지점을 바라보는 소설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감춰진 상처와 욕망, 말해지지 않은 진심이 숨어 있는 세계.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이 ‘무대’라는 것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처럼 보인다.
나는 이 책이 특히 ‘가면’이라는 상징을 어떻게 다룰지가 무척 궁금해하며 읽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 속에서의 얼굴이 있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얼굴이 있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써 감추는 얼굴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면은 단지 숨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어쩌면 진짜 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장치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질문을 품고 있는 듯하다. 가면 뒤에 숨은 것은 추함일까, 아니면 너무 여려서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일까. 나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장르소설을 조금 더 깊이 읽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이 작품이 단순히 미스터리나 로맨스의 재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요즘은 누구나 보이는 얼굴을 갖고 살아간다. 꼭 연예인이나 스타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얼굴을 꺼내 보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진짜 감정은 더 깊숙이 숨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시대에 ‘가면’과 ‘얼굴’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생각보다 더 낯설지 않고, 오히려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