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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기억들
마리야 스테파노바 지음, 박은정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1월
평점 :
우리는 대체로 가족의 3대까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 나의 할머니의 할머니는 어떤 분이었는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자의 고모는 왜 그렇게 기록을 하고 있었을까
기록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자의 고모는 저자에게 가족의 계보를 따라 그 역사를 알게 했다.
그 결과 저자는 자신의 가족들이 시대적 격변기를 통해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저자는 가족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그들을 대변해야 할 책임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첫발을 떼기는 두려웠고, 어떤 부분을 드러내고 어떤 부분을 어둠 속에 두어야 할지 결정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럼에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가족의 역사를 드러냈다.
흥미롭게 연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드라마틱 하게 각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다.
이 두꺼운 소설을 읽는 동안 '남의 집 사정엔 관심 없어 '이런 마음이 들었다가 이내 책에 빠져들면서 저자의 가족이 아닌 마치 내 가족사인 양 몰입하게 되었다. 나도 가족사를 조금 들여다보면 나로부터 가장 가까운 가족인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저자를 통해 나의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이상한 마법을 경험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다는 말처럼 나도 나의 부모님도, 부모님의 부모님도 별반 다를 게 없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각자가 겪은 사회적인 역사가 달라 생활방식도, 성격도 태도도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자꾸 꺼내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기록이라는 것으로 남겨야 하는 것이다. 기록으로 남겼다 한들 또 들춰 보지 않으면 기록했다는 것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니 자세히 기록하고 그 기록을 자주 꺼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SNS에 남긴 휘발성 기록 말고, 오래 간직하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