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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내가 스크랩한 글은 대부분 아무 상관없는 사소한 화제꺼리들일뿐, 읽고 나면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그런 유가 아니라, 이삿짐을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 졸업앨범을 무심코 넘겨보는...그런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봄맞이 노란색의 제목과 함께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타인의 삶의 한 부분에 공감하고 내 삶에 공감 받으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고 또 위로 받는것,
또한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것이 좋고,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것이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고, 편하게 읽을수 있다는 것이 에세이의 큰 장점이 아닐까.
이 책은 1980년대의 서른다섯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젊은 작가 하루키의 매력이 담긴 메타에세이다.
그당시의 저자는 미국 잡지며 신문을 뒤적거리며 스크랩한 뒤 그내용을 산문집으로 엮은것.
그의 말대로, 책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옛 추억의 일기장, 혹은 앨범을 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하루키는 자칭 과묵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의 에세이는 참 재밌다.
말이 많지 않으면서도 입을 열 때마다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남자. 참 매력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작가로서의 면모 뿐 아니라 인간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 뮤직차트를 석권하고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한을 세번이나 봤다는, 책에는 그 시대 등장하는 영화와 음악, 책 이야기로 가득하다.
3가지 챕터로 나뉘며, 스크랩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고, 올림픽과 관계 없는 올림픽 이야기, 디즈니랜드, 두가지로 구분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나는 81년도 생으로, 우리 부모님의 세대이자, 무려 30년 전의 이야기들 임에도 전혀 고루하지 않았다.
그 시대로 부터 한발짝 멀리 있는 이들에게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슴 한구석에 있던 감성을 밖으러 끌어내어 준다.
요즘 트렌드가 80,90년대를 주목하는 복고인 만큼 유쾌하게 읽을 수 있고, 다사다난했던 80년대를 추억하며 향수에 젖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