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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머리가 부럽다 ㅣ 단비어린이 시집
군산 서해초등학교 5학년 6반 어린이들 지음, 송숙 엮음 / 단비어린이 / 2025년 11월
평점 :
어린이의 시는 때로 어떤 철학자의 문장보다 날카롭고, 시인의 수사보다 서정적인거 같아요. 군산 서해초등학교 5학년 6반 아이들이 교실 창가에 앉아, 혹은 운동장 구석에서 직접 발견한 삶의 편린들을 송숙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로 엮어낸 진짜 아이들의 목소리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집을 펼치면 어른들이 규정한 동심이라는 틀을 깨고 나온, 날것 그대로의 맑고 투명한 시선들이 독자들을 반기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시집 곳곳에는 아이들의 일상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쉬는 시간의 소란함, 그리고 교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구름 한점 까지 아이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는 무심한 풍경일지 모르나, 아이들에게는 연필 깎는 소리조차 시가 되고 짝꿍의 글씨조차 이야기가 되는것 같거든요. 특히 아이들의 각자의 개성을 담아 쓴 시들은 제각기 다른 빛깔을 내기도 해요. 어떤아이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 어떤 아이는 친구와 다툰 뒤의 찜찜한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해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시를 쓰는 행위가 단순히 글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송숙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시를 엮으며 보냈을 응원의 시선도 행간에서도 읽을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맞춤법을 조금 틀려고 ,표현이 다소 거칠어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의 씨앗을 발견해내고 북돋아 주었기에 이토록 생명력 넘치는 시집이 탄생할 수 있었을것이라 생각해요.
이 시집은 단순이 어린이들이 쓴 글 이라는 결과물을 넘어서 한 학급이 시를 통해 어떻게 소통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문작가가 쓴 세련된 시와는 또 다른, 투박하지만 묵직한 진심이 담긴 이 문장들은 읽는 내내 우리로 하여금 잃어버렸던 순수함의 기억을 소환하게 하는것 같아요.
아이들이 건네는 이 다정한 시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세상이 조금 더 따스하고 소중하게 느껴질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이 이토록 깊고 넓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 시집을 일상의 여유를 읽어버린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