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다
황진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문학세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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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기척도 없이 제멋대로 바뀌듯

나와 아이의 계절도 그렇게 소리없이 바뀌어 갔다.

언제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지? 느낄새도 없이

그렇게 아이도 나도 어느덧 훌쩍 커버렸다...

그 계절을 나는 왜 마음껏 즐기지 못했을까??

『난 엄마다』

나처럼 40대 중반을 넘긴 엄마에게, 그리고 초등학생 아들을 둔 모든 부모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아들 아이와의 갈등이나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주 느끼던 그 무거운 마음,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이번 책을 통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책은 엄마가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려낸다.

아직 새벽의 어둠 속에서 아이는 오줌을 싸고, 거실은 빨래와 설거지로 어질러져 있으며, 바닥에는 아이스크림 자국이 남아 있다

둘째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첫째는 칭얼거리며 엄마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마음 속에서 짜증이 터지고 만다.

그때마다 느끼는 무력감, 자꾸만 쌓여만 가는 피로감, ‘나도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 때가 많다.

남편의 무심한 말 한마디도 크게 와 닿고, 그 모든 것에 눌려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순간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그런 순간에 있는것 같다.

이 그림책은 그 무너져가는 엄마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아이의 작은 손길과 "엄마"라는 단 한 마디에서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아무리 칭얼대고 말썽을 부려도, 그 작고 다정한 손길이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 엄마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 나도 엄마다"

라는 진심 어린 자각이 엄마를 일으켜 세웁니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아이가 나를 부르며 , 와락 안길때 느끼는 따뜻한 울림 같은거 말이다.

이 그림책은 그런 감정을 그대로 잘 담아내고 있다.

엄마가 느끼는 고단함도, 아이와의 갈등도,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쌓이는 감정들이 아이의 작은 손길로 풀려나가는 과정을 보며 다시 한 번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되짚게 된다.

『난 엄마다』는 단순히 엄마라는 존재의 역할에 대해 묘사하는 책이 아니라. 그것은 '엄마'라는 자리가 비록 때때로 고통스럽고 무거운 자리일지라도, 그 속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다시금 세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봉숭아꽃이 떨어지고 새로운 씨앗이 움트듯, 엄마는 자기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자리라는 깨달음을 준다.

그것은 단지 내가 '엄마'로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내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것 같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끊임없이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또한 자녀가 성장하면서 그들의 자아가 점차 독립적인 모습으로 변해갈 때, 엄마로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상실감을 경험하는 분들께도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엄마로서 느끼는 피로감과 무게가 단지 '힘든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랑이라는 큰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단지 엄마에게만 해당하는 책이 아니라, 모든 부모들에게 보내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을 통해 나를 포함한 모든 엄마들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 더 자신 있게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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