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국사 산책 3 - 남북전쟁과 제국의 탄생 미국사 산책 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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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미국 이민자로서, 미국사 전반에 대한 한국인의 관점을 훑어보기 위해 선택했다. 한국사를 포함한 한-중-일 역사와 유럽사 및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세계사에 대한 간략한 이해는 있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미국에 건너오게 됐다. 저자인 강준만은 역사학자는 아니나,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한국현대사 산책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고, 선택에 만족한다. 시대에 따른 신문 요약본과 같은 책이기에 남북전쟁이 시작되는 3권부터 읽기 시작하였고 읽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3권은 남북전쟁의 배경부터 1880년 후반까지의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추악한 미국의 모습에 놀랐다. 현대의 미국은 유럽과 비교하면 조금 촌스럽기는 해도 자정작용이 가장 잘되는 나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인종차별은 나쁜 것이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훨씬 자주 인종 관련 폭동이 발생하는 유럽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조차 잘 나오지 않는다. 여당의 거두가 인종차별적인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안에서 본 미국은 생각보다 더 놀라운 가능성을 가진 나라였기에, 인종차별 철폐의 시발점이 되는 남북전쟁이 가장 궁금했다. 모습이 다르면 사람은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미국은 이 생리적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흑인이 재산이던 세상은 생각보다 참혹했다. 특정 인간을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할 수 있는 사회는 모든 인간에게 잔인할 수 있는 곳이다. 노예제  철폐를 부르짖던 북군은 점령한 남부 마을을 모조리 불태우는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군은 서부로 진출해 인디언을 거의 멸종시킨다. 풍문처럼 인디언들은 셈에 어리석어 자신의 토지를 1달러에 판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는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미국은 대금을 주지 않았고, 대금을 청구하는 그들을 학살했다. 미국은 인디언에게 살인강도였다. 아이부터 여성까지 모두 남기지 않고 죽였다.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뿐이다"는 정신나간 말은 남북전쟁 최대의 영웅으로 아직도 워싱턴에 동상이 남아있는 북군 사령관이 한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배금주의자의 천국인 미국은 농민을 내쫓고 자랑스런 철도를 깔았으며, 철도회사는 무상으로 취득한 토지로 배를 불렸다. 철도건설은 중국인을 포함한 이민자들이 주로 건설했는데, 작업환경이 너무 위험해 미국의 철도는 건설자들의 무덤과 같다고 한다. 힘든 노동을 하는 이민자들을 멸시한 미국인들은 때때로 이들을 잡아 죽이며 즐겼다. 8세의 아이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공장에서 일했다. 

"은자의 나라, 조선"이라는 수천년 동안 이민족의 침략 속에서 자주성을 지켜냈던 한반도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말도 한번도 조선에 가본적 없는 한 미국인에 의해 유명해진 말이다. 당장 경주 국립박물관에만 가도 신라인이 즐겼던 아랍의 세공품이 즐비하다. 한반도는 세계사가 가장 역동적으로 돌아가던 근대화 시기를 놓쳤고 그 대가가 좀 컸을 뿐이다. 미국인들은 어디에서나 "거만하다"라는 평가를 듣는데, 미국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에 용감하다는 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이 정의로운 나라는 아니라고 해도, 강대국 중 유일하게 2차세계대전까지 제국주의의 면모를 보이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해왔는데, 생각해보니 미국은 원주민으로부터 뺏은 영토 위에 세워져 있다. 살아남은 인디언은 몇인가. 왜 그들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가. 그들은 어떻게 미국의 역사를 받아들일까. 연일 일본의 무신경한 역사발언에 화를 내다가도, 제국주의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나라가 독일말고 또 어디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미국의 인디언 학살은 제노사이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누가 그들의 식민지에게 사과했는가? 식민지 출신 이민자들을 경멸하는 게 제국주의로 살을 찌운 국가들의 후손 아닌가? 장물로 즐비한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는 어떤가? 원주민을 몰살시키거나 2등시민으로 만들고 세워진 아메리카 대륙은 사과할 사람이라도 남아있는 걸까? 베트남에서 살육과 강간을 자행한 한국은 일본에게 사과를 물을 자격이 있는가? 

현대의 미국과 비교해보면 19세기 미국은 가공할 만한 야만의 나라다. 불과 1세기만에 이토록 성숙한 미국에서 인간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에 경이를 느끼면서도,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았던 식민지의 기억을 가진 국가의 후손으로서 모든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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