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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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법의인류학자(뼈를 통해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의 뼈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첫번째 파트(1,2장)은 뼈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를, 두번째 파트는(3장)는 화석과 진화의 이야기를, 세번째 파트는 뼈분석에 대한 과학사를 다루고 있다. 

1,2장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해외 과학 교양 서적은 해당 분야의 걸출한 전문가가 심도있는 이야기를 대중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책을 펴 내는 데 반해 국내에서 출판되는 교양과학서적은 언론에 많이 노출된 과학자를 등에 업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잘못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나, 일반상식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과학적 사실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 서적 출판(번역을 포함해)이 교수의 연구실적으로 잡히지 않는 국내 실적 평가방식 때문일 것이다.  1,2 장에서는 태아일 때부터 노년까지 뼈가 어떻게 생성-유지-손상 되는지, 중간중간 흥미로운 법의학적 일화를 곁들여 가며 소개하고 있어 매우 유익하고, 즐거웠다. 국내 소비자들이 관심있게 보는 건강 관련 정보도 다소 포함되어 있다. 

3,4장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3장은 척추동물의 역사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진화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진화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진화에 관해서는 걸출한 책이 이미 많이 보급되었고(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핀치의 부리 등) 이 책은 뼈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아무래도 진화에 대해서는 다루는 깊이가 얕다.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지루할 수 있다. 또 해당 3장의 마지막에서는 지적설계론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 해당 논지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이를 논박하는 태도가 공격적이라 지적설계론을 지지하는 사람을 전혀 설득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지적설계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사람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겠다. 

4장에서는 뼈분석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어 현재 수준에 이르렀는지 굵직굵직한 인물과 사건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해당 내용이 조금 짧고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들어 아쉬운 장이었다. 현직 전문가가 해당 분야의 역사와 업계 분위기, 업무처리 중 우선순위에 두는 것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는데, 시작만 하고 끝나버린 느낌이 든다. 작가가 해당 장에서 내내 아쉬움을 표하듯 법의인류학 자체가 국내에 아직 생소한 분야라 소중한 자료들이 유실되고 있다면, 해당 장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번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법의인류학의 세계에 대한 책을 좀 더 펴내주었으면 한다. 평생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글이 아주 매끄럽고 흥미롭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읽는 내내 즐거웠다.


위팔 뼈가 하나의 긴 뼈로 되어있는 어른과 달리 아이들의 위팔뼈는 여러 개로 떨어져 있다. 태아가 배 속에서 약 8주 정도 자랐을 무렾에 위팔뼈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 없던 뼈가 갑자기 통째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뼈의 한 가운데 부분부터 생겨나 위아래로 길이가 길어지면서 뼈가 만들어진다. 아이는 이 엉성하고 길쭉한 위팔뼈를 가지고 태어난다. 게다가 위팔뼈와 어깨뼈는 아직 연결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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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2017-02-15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가 나왔을 때쯤 <손의 비밀>이란 책이 같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번에 신간으로 <발의 비밀>도 나왔더군요.
인체과학,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손,발 전문의들이 쓴 책인데 추천해드립니다.^^

reddahlia 2017-02-16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신간이 나온 줄 몰랐네요. 덕분에 좋은 작가 책을 한번 더 읽겠네요.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