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느라 밤을 지새운 작품입니다. 처음부터 망한 사랑임을 못 박고 시작하고, 두 주인공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도 흡인력을 잃지 않아요. 각자의 심리 상태, 상황 해석, 계획, 드러나지 않은 성격이 쉽게 짐작하기 어려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내아찾, 주여동으로 접한 작가님이라 왜 피폐 로맨스 장인으로 불리는지 몰랐는데 이번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특유의 위트 있는 서술도 가끔씩 나왔어요. 개인적으로는 둘의 나이차가 더 컸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이런 관계성이 너무 좋아서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귀엽고 몽글몽글해서 술술 읽기 좋았어요. 어리숙하지만 맡은 일에 충실한 거대 고양이 아니 호랑이 출신의 산신과 의뭉스럽고 아름다운 여우 요괴의 조합이 재미있습니다.
쫀득쫀득하고 입체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회귀를 해야 할 것 같은 시점에 부활을 하는 것부터 신선했습니다. 히더린 시점의 과거와 삭 시점의 과거가, 본편의 결말과 외전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사실이 다르다는 점도 재미를 더했고요. 원치 않는 운명을 마주한 네 인물이 각자 다른 선택을 내리는 점도 인상깊었어요.
예상보다 막걸리를 일찍 만들어서 ‘이렇게 끝인가’ 하는 순간 북부대공의 비밀이 밝혀지고, 원작과 작가의 정체가 알려진 후에 김장도 했다가, 막걸리와 관련된 능력을 획득하고나서 복선으로 언급되었던 사건이 터지는 등 예상치 못한 설정과 클리셰의 변주가 이어져서 술술 읽혔어요. 가볍게 즐기기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여주의 술주정은 다소 놀라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