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권태롭고 나른한 분위기가 계속되어서 인상적이었어요. 헤어지기 직전의 묘한 느낌이 계속되다가…. 전환을 맞기 전까지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로맨스, 다정하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남주, 어딘가에 푹 빠져있는 여주. 이런 작가님만의 매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었어요. 다만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전근대의 영국이 무대여서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과 엮이는 친구들이 다 매력적이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느라 밤을 지새운 작품입니다. 처음부터 망한 사랑임을 못 박고 시작하고, 두 주인공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도 흡인력을 잃지 않아요. 각자의 심리 상태, 상황 해석, 계획, 드러나지 않은 성격이 쉽게 짐작하기 어려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내아찾, 주여동으로 접한 작가님이라 왜 피폐 로맨스 장인으로 불리는지 몰랐는데 이번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특유의 위트 있는 서술도 가끔씩 나왔어요. 개인적으로는 둘의 나이차가 더 컸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이런 관계성이 너무 좋아서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귀엽고 몽글몽글해서 술술 읽기 좋았어요. 어리숙하지만 맡은 일에 충실한 거대 고양이 아니 호랑이 출신의 산신과 의뭉스럽고 아름다운 여우 요괴의 조합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