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 YA! 2
윤여경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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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화 <그녀(Her)>를 인상깊게 보면서 가상현실과 인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이지북 출판사에서 나온 윤여경 작가의 로맨스 판타지 소설 <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 상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은우와 아리는 '서로를 몰랐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모른 채 담장을 사이에 두고 일 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p97) 그리고 은우가 죽은 이후에야 그가 생전에 남긴 모든 빅데이터가 담긴 인격체인 은우봇과의 만남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첫눈에 서로 반하는 사랑,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무조건 상대를 믿고 달려가는 사랑의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의 10대와 20대 초반 시절을 떠올려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일 10대 청소년들이라면, 서로를 향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은우와 아리의 사랑에 대해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담장 너머로 서로를 보고 반하는 사랑의 모습은 <춘향전>같은 고전소설의 장면을 떠올리게도 했다.

소설을 읽으며 은우의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발표되는 장면에서는 띠지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접속해 그 영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인쇄본으로만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각각 다른 시점에 같은 공간에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작품을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고 느꼈다.

읽어내려가며 어느 순간 고민거리가 생긴 곳은 '은우봇'이 수많은 팬들과 동시에 연애 중이라는 부분이었다. 봇의 정신 데이터 업로드 양 면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은우봇과 팬들이 만나는 은우봇은 다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팬들이 사랑을 나누는 대상도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대상도 모두 은우봇이었다. '데이터 일치도'가 더 높은 봇과의 사랑만이 진짜 사랑일까. 어차피 생전에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는 것은 모두가 같은데, 아리가 만난 은우봇은 생전에 은우가 자신의 뜻을 진심으로 불어넣었기 때문에 진짜 사랑일까.
아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아리의 선택에 대한 가정만으로 계획된 사랑의 발자취는, 또 딥러닝의 도움으로 키워나가는 봇과의 사랑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중에는 봇과 봇이 사랑에 빠지는 일도 있을까, 그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하는 고민까지도 해보게 되었다.

쉽게 읽히면서 속도감이 있어서 재미도 있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해주는 재미있는 미래형 로맨스 판타지를 만난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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