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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위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평소 좋아하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에서, 꼼꼼한 번역과 주석을 보여주는 박문재 번역가의 원전 완역본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대학시절 한 수업이 떠올랐다. 그 수업의 교수님은 늘 다음 수업까지 읽어올 아티클을 e-class에 올려주셨다. 여러 논문의 내용을 활용해 만든 아티클이었는데, 이번에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읽으면서 마치 그 아티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논문을, 수업 전에 이해하기 쉽도록 박문재 교수님이 주석으로 설명을 달아놓으신 느낌이었다. :)
책은 아주 얇은 두께로, 본문 자체가 긴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사시와 비극의 구성요소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하며 예시로 드는 작품들 하나하나를 내가 다 알고 있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페이지마다 주석으로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언급해주는 부분이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고대 서사시와 비극 작품들에 아주 익숙한 독자가 아니라면, 이 주석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학의 내용 중 희극에 관한 부분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비극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비극의 여러 구성요소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한다. 인물의 대사가 어때야 하는지도 이야기하고, 음운론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비극 플롯의 목표에 관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포와 연민'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해소(정화)하는 것이 비극이라고 하며, 배우의 연기력 등에 의존하기보다는 플롯 자체에서 공포와 연민을 발생시키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처음 읽으면서는 극을 보지 않고도 플롯 자체에서 그런 감정이 발생하게 하는 것은 너무 뻔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뒤에 예시로 들어준 오이디푸스 이야기 등을 생각해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플롯 자체가 강렬하고 비극 원리에 충실하기에 그리스 고전들이 기나긴 세월을 거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드라마나 소설 등,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쓰고 싶은 예비작가나 작가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일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