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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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이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호날두, 킴 카다시안, 루시 리우 등 유명 해외 셀럽들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 신기하기는 하지만 먼 나라 얘기라고만 여겼다.
시간이 흐르며 국내에서도 종종 대리모 관련 문제가 발생한 기사들이 나오면서, 대리모 문제는 더이상 바다 건너 먼 나라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워낙 들어본 적이 없는 이슈다보니 대리모를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감정들이 오가는지 알기 어렵다고 느끼던 중, 미국에서 조앤 라모스가 쓴 첫 소설 <베이비 팜>이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Farm>인데, 번역되면서 제목이 좀 더 노골적으로 <베이비 팜>으로 바뀌었다.
큰 장 구분은 없고, 제인부터 시작해서 인물의 이름을 소제목처럼 써서 이야기가 600여 페이지 동안 진행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디테일에 있다고 느꼈다.
특히 초반부에 아테가 제인을 자신 대신 카터 부부 집에 들여보내면서 하는 충고가 인상깊었다. 신생아 보모로 수십 년간 일해오며 파악한 의뢰인 부부의 특성, 아기 다루는 법 같은 것이 꼼꼼히 그려져 있어서 참 생생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나 또한 아기를 키우며 느낀 점이나, 아기가 신생아일 때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꼈던 점들이 있는데 아테가 말하는 부분들과 겹치는 지점에서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작가의 육아 경험과 꼼꼼한 취재, 관찰과 통찰이 빛을 발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인물들 위주로 진행되는 이 소설에서는 베이비 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현대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야기 속에서 한편 무섭기도 했던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망 하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아말리아를 잘 키우기 위해 대리모 일에 뛰어드는 제인부터, 외모가 뛰어나고 명석한 아이를 낳기 위해 의뢰하는 사람들까지.
윤리적으로 결코 지지받을 행동이 아님에도, 내가 그들 각각의 상황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되었다.

개운한 결말을 내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 점도 현실적인 것 같다. 우리 각각에게 질문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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