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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평점 :
예전에 작가의 전작인 <살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 나온 <올빼미 눈의 여자>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 공무원이 연수원 기간 중에 겪는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로웠고,
무속신앙과 연결되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다.
카페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내려가는 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전반적인 느낌은 마치 영화 <곡성>을 보는 것 같았다.
박해로 작가의 문장은 현실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마치 내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쓴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위에 한 명쯤 있을법한 평범한 청년 주인공 기성의 시선을 따라가며 공감하기도 하고, 그를 한심해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어느 순간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져들었다.
숲을 걷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늪에 빠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늪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라도 페이지를 술술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은 정말 영화 <곡성>을 본 이후로는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어서,
한편으로는 책으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곡성>과 달리 좋았던 점은, <올빼미 눈의 여자>는 그래도 마지막에 그 혼란의 원인을 잘 풀어내 준다는 점이었다.
원인을 모르면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명확하게 풀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혼란을 즐기다 풀려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생생한 묘사 덕분에 아연하고 아찔한 무속신앙의 장에 정말 다녀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생생한 4D로 무속신앙 현장에 다녀온 것 같달까? 그보다 더 생생한 느낌이었다.
이런 한정없는 생생함은 아마 책이라는 매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인 것 같다.
더운 날씨에 훌훌 넘겨볼 스릴러 책이 필요할 때,
주인공의 이름도 문화도 낯선 외국 스릴러 책이 지겨워질 때
순식간에 빠져들 수 있는 우리나라 스릴러 책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