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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엮다, 라탄 라이프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생활 속 라탄 소품 만들기
김경희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초여름의 어느날. 답답한 회사 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사흘 뒤에 코타키나발루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무작정 질렀다.
그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또래 승객과 친해졌는데,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던 중 그녀가 최근에 '라탄'으로 엮었다는생활용품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간 라탄 용품 사진들은 종종 접했지만, 당연히 전문가들이 제작한 판매용 제품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다. 비슷한 시기에 취업했고,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어내는 취미를 갖고 싶어서 프랑스 자수나 DIY 돌하우스 만들기 등에도 관심이 있고, 손재주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는 것 정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 라탄 용품을 저렇게 예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나도 여행 후 한국에 돌아가면 라탄 소품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늘 그렇듯 잊고 지내다, 우연히 표지도 아주 예쁜 라탄 소품 만들기 책인『일상을 겪다, 라탄 라이프』를 발견하게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를 떠올리게 하는, 아주 깔끔하고 예쁜 책이었다. 표지에 나온 사진을 보면서, 신혼집 인테리어를 저렇게 심플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타일리시 감성 소품'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렸다.
책에서 안내하는 작품은 15가지이다. 작품들의 사진을 보면서 내 손으로 이걸 정말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지, 두근두근거렸다.
예쁘긴 한데 과연 내가 이렇게 어려워보이는 걸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짜임 기법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평소 자수 기법이나 매듭법에 관한 동영상을 보면, 동영상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지나가버려 잘 안 보이는 부분이 종종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 더 섬세하고 자세하게 짜임 기법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색이 들어있는 반투명한 PVC 끈들을 교차해 열쇠고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스쿠비두라고도 하고 룰라끈이라고도 하는데, 이 쉽고 재미있는 매듭 놀이와 라탄 짜기에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라탄은 재료를 물에 불려야 하고, 손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 정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스쿠비두를 떠올리게 하는 라탄 놀이를 즐거워하는 나 자신을 보며, 사람은 성장해도 똑같은가보다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
여러 작품 중 내게 가장 예뻐보이고, 또 실용적으로 보이는 것은 연꽃 바구니였다. 평소에 연꽃과 그 문양을 좋아하고, 또 갖고 있는 문구류가 많아서 편안하게 보관하고 사용하기에 딱일 것 같다. 사과 같은 예쁜 과일들을 담아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테이블에서 잡지를 보다가 함께 늘어놓아도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될 것 같아서 좋았다.
좀 더 꼼꼼하게 하면 튼튼한 바구니를 만들 수도 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잘 만든 후 찔리지 않게 테두리를 잘 다듬어서 장난감 바구니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릴 적 내 장난감 바구니는 색색깔의 큰 레고통들이었는데, 요즘은 이런 라탄으로 예쁜 바구니를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 아이들에게도 인테리어 용품을 선물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글을 마무리 하려던 중 이제 집 주변 대형마트에서 늘 제공되던 포장용 종이상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에서는 파우치 토트백, 에코백에 라탄을 결합한 에코 라탄백도 소개해주는데, 이 방법을 활용해 들고 다니기 편한 장바구니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워낙 흥미로워서 출판사인 비타북스의 책들도 찾아봤는데, 여러 실용적인 책들이 많았다. 특히 『무허가 홈 카페』나 『시애라의 인형옷 아틀리에』는 정말 취향저격이다. 색연필 일러스트나 글씨 교정, 운동 서적들도 있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출판사라는 느낌이다. 이 책처럼 기분좋은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