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 - 나의 하루를 덮어주는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1년 4월
평점 :
미술 전시회 다니며 그림하고는 좀 친해진 것 같은데 클래식은 여전히 낯설다.
태교 음악으로 좀 듣다가 아기 때 좀 듣다가 크면서도 아주 띄엄띄엄 들려주다 말기 일쑤였다.
막상 연주회가 가서 들으면 참 좋은데 왜 일상에선 낯선 걸까.
기회가 훨씬 적기도 했지만
미술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내가 아는 스토리가 없어서 같다.
미술 전시에 푹 빠지게 만든 계기도 도슨트 해설 덕분이었다.
그만큼 미술책 읽는 것도 즐기게 되었다.
알수록 더 좋아하게 되듯 클래식도 그렇게 친해지고 싶다.
그래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가끔은 딱딱한 이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 곡에 대한 배경이나 내용, 후일담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클래식은 들으며 떠오르는 대로 상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상상은 상상대로 즐기면서 실제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냥 들을 때와 작곡가들의 삶과 곡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더 호감이 간다.
아침 일어날 때, 양치할 때, 화장실 갈 때, 커피 한 잔, 산책할 때, 마트나 헬스장 갈 때, 데이트, 퇴근길 등등 일상에서 언제나 함께할 수 있게 하는 친절한 큐레이션 서비스 같다.
계절에 어울리는 곡, 유럽 도시여행에 어울리는 곡 등 다양한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내 입맛 따라 그때그때 펼치기만 하면 된다.
곡 이름 옆에 QR코드가 있어서 바로 감상할 수 있다.
하나하나 mp3 파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네이버 오디오 클립으로 연결되어 전체가 자동 재생되어 좋다.
처음만 곡에 맞춰 읽고 점점 앞질러 갔지만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이 이른 아침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칸타타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중 합창.
바흐 하면 음악의 아버지로 당대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리라 생각했는데 지금과 같은 인기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그저 연주 실력이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로 알려진 게 전부라고 한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굉장히 치열하게 작곡했던 사람이었다. 그 삶에 대한 이해는 그 작품에 더 수월하게 다가가게 해준다. 뒤에 바흐가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지인을 위해 작곡해 준 곡도 있다. 어떻게 이렇게 상황에 어울리는 곡을 써내는지 음악도 나에겐 미지의 세계다. ㅋ
바흐, 상생스, 베토벤, 드뷔시, 슈만, 차이콥스키, 브람스 등 이름뿐이지만 친숙한 작곡가들의 음악은 물론 전혀 모르는 작곡가들의 곡이 상당수라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을 많은 곡을 만나며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대부분 오케스트라 연주곡이지만 그 외에도 투란도트나 카르멘 등 오페라도 만날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통해 오페라 변천사를 엿보고 우리 역사에 새겨진 클래식 기록도 담겨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이 대단한 분들은 클래식에 미친 영향도 컸다.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을 논하며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의 기초를 세웠다고 한다.
클래식을 비롯해 모든 음악의 본질은 행복과 위로라는 말이 와닿는다.
'첼로 해서 첼로'
대표적인 큰 악기가 아닌가 싶은데 첼로란 본래 작다는 뜻이란다. 콘트라베이스보다 작아서 그 이름이 첼로라는.
음악가들의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슈만의 일화가 대단했다.
스승의 딸과 결혼했는데 당시 슈만은 앞날이 불투명했고 스승의 딸은 피아노 신동으로 예쁘기까지 했다. 제자지만 아버지 입장에서 승낙할 수 없는 결혼이라 고소를 했는데 슈만 또한 지지 않고 맞고소를 했다. 이 어이없는 법정 소송을 통해 슈만은 결혼을 쟁취한다. 다행히 결혼생활은 좋았다고 한다. 슈만의 대다수 곡이 아내 클라라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을 만큼 소문난 잉꼬부부였다고 한다.
이불 속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콘서트,
클래식에 관심을 있지만 핑계가 많다면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