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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부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육아공감에세이.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정말 이 말밖엔 없다.
읽는 내내 마음이 푸근해지는 에세이다.
그동안 육아서를 숱하게 읽은 듯한데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제는 나름 주제 있는 긴 글보다 이렇게 짤막짤막하지만 극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한 마디가 더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이제 제법 많은 것을 혼자 하는 나이가 되었다.
육체적인 돌봄이 힘들다기보다 자기주장이 생긴 아이와 감정적으로 대치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엄마의 어리석음 탓이지만 막상 그 순간엔 몰라.
그럴 때마다 나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책 어디든 펴놓고 잠시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난 감정이 금세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립고 미안하고 애틋함만 남는다.
그 순간들이 스치고 나니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떤 설명 보다 이런저런 핑계 안 붙는 순수한 사랑, 그 하나면 충분하다.
잔잔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나의 옛 기억이 오버랩되고 그 시간이 넘 그리워진다.
자연스러운 듯 쉬운 문장들인데 깊은 울림이 있다.
내가 진심으로 무한 반복했던 말이라서,
그 감정선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저자의 SNS에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이 "우리 집에 다녀가셨나요?"라더니
정말 읽을 때마다 실웃음이 날 정도로 똑같았던, 여전히 똑같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애틋한 그때처럼 지금 이 순간도 지나고 나면 곧 그렇게 그리워질 텐데
왜 종종 까먹는지 모르겠다.
보고 있어도 그립고
내게 와 줘서 너무너무 고마운데
어느 순간 깜박 잊고
아이에게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낸다.
그래도 어느새 다가와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더 미안하고 고맙다.
종종 변함없이 큰 사랑을 받는 건 나라는 생각이 든다.
육아공감에세이면서 부부공감에세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도 아이를 둘러싸고 조금씩 상대에게 유해지는 감정도 닮았다.
그림에다님 같은 섬세한 배려와는 거리가 멀지만
거기까지는 차마 바라지도 않고 그냥 지금처럼만 같이 늙어가도 좋겠다 싶어진다.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
정신없이 내달릴 때는 뭔가 하나라도 더 주입하려고 애썼다.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실천하려니
가만히 지켜보는 게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안다.
지금이라 할 수 있는 일들,
그렇게 생각하면 소중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알면서 시도 때도 없이 잊는 어리석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다시 책을 펼치며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지친 육아맘들에게 단 한 권의 책을 권한다면 이 책이 될 듯.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