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젊은이를 열광하게 만들었다는 <낮잠형 인간>
그냥 이런 이미지만 가진 채 책을 들었던 것같다.
책을 받고 지은이소개와 목차부터 읽어내려가는데
생각지 못한 내용이었다.
나의 예전 그리고 이어지는 현재를 보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들.
왠지 친숙한 듯, 거부하고픈 듯.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책읽은 후 하루 이틀은 멍한 기분에 나름 힘들었던 것같다.
30대 작가의 리얼한 필체가 마치 자서전같은 느낌에
나름 옛 기억에 젖어 동질감도 느끼며 푹 빠져읽었다.
젊은 세대의 대변인이라는 비유답게
말하고싶어 하는 바를
구석구석 잘 긁어 표현해준 듯하다.
1부 현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왔다.
2부 무기력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 불행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는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3부 변화
그동안 숨어 지낸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면 좋겠다
4부 어른의 관문
어쩌면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일을 해야 할 때인지 모른다.
충동적인 꿈, 그 희미한 예술적 추구,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허송세월.
그너나 나는 부끄러웠다. 그녀가 사라진 건 내가 받은 벌이었다.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몇 줄 안되는 어쩜 그리 대단할 게 없어 보이는 목차만으로도
나는 깊은 상념에 빠진 듯했다.
수습직의 비애 이런 소재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주인공의 생각, 말, 행동만 유심히 보였다.
이 책은 유독 여기에만 꽂혔다.
왠지 희미해진 옛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의 반 타의 반 어른의 관문을 지난 듯한 주인공과 달리
내 주변이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며칠 더 바삐 더 돌아다니고 움직였다.
주인공처럼 극단적으로 행동하진 않았지만
나의 옛 모습도 흡사하지 않았을까.
남들과 다른 불행이 들러붙은 듯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핑계대기 바빴던 것같다.
다행히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고
내 아이를 기르며 하루하루 감사하며 바쁘게 살면서
잊고 살고 있지만...
가끔은 모든 것들이 떠오르며
다시 따라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주인공은 어른의 관문에 들어서며
선택의 순간에서 자신이 첫눈에 반한 여자를 놓쳤다.
얻는 것과 잃는 것.
어른의 관문은 그런 것인가.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자면 참 할말이 많은 책같다.
영화는 유쾌하게 그려졌다는데
(책 속에도 유쾌한 요소들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어떤 모습일지 넘 궁금하다.
꼭 챙겨보고 싶은 맘이 드는 영화판 <낮잠형 인간>.
"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p220
젊은 작가가 글이라 하기에는
무척 많은 인생의 교훈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무거운 듯 가벼운 듯하며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