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록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를 통해서만 작가를 접했기에 사실 부드럽고 감성적인 클래식과의 매치는 어떨 지 궁금했다. 클래식에 대해 이제 입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참 잘 샀다" 드뷔시가 곡을 부친 다섯 편의 보들레르의 시와 그의 가곡이 갖는 공통분모는 계속되는 밤의 느낌이다. 단어를 발음할 때 나는 순수한 소리에 대한 보들레르의 상징주의적 집중은 드뷔시의 집단적 화음과 무조 음계의 사용과 맞아떨어지며, 형식없이 흐르는 언어의 리듬은 전통적 음계구조를 탈피해 조성을 흐리는 드뷔시의 특성에 호응한다. 이 책이 없었다면 나는 독자가 그저 어려운 악장과 번호들을 이미 안다는 전제 하에 글을 써나가는 책들 사이에서 "역시 클래식은 어려운 것이야"하며 손을 놓아버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크지 않은 사이즈의 하늘 색 책, 디자인된 띠지를 벗겨보면 더 깔끔한 책이 있다! 중간중간 있는 클래식노트는 혹시나 빠트린 것이 없나 요점정리 혹은 키워드 노트를 나눠주는 선생님처럼 친절하다. 어려운 음악용어, 작곡가들. 그러나 이들에게 이야기가 덧씌워 지면 어느새 나와 친근한, 더없이 마음 편안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클래식으로 나의 손을 잡아끌던 <클래식의 사생활>을 덮으며 다시 만난 유정아씨에게 왠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젊은 세대는 클래식에 친숙하지 않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지요. 하지만 제 또래 사이에는 요사이 클래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앙상블 '디토'를 알게 되면서인데요. 훈훈한 외모와 가슴을 울리는 연주까지.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책까지 찾아 보게 되었지요. 마침 최근에 문학동네에서 디토의 포토에세이집을 냈다는 것을 보고 바로 사보았어요. 표지는 클래식한 황토색의 재생지? 같아요. 사진이 많은 책 답게 약간은 묵직한데요. 생각보다 두꺼워서 내용이 기대되었습니다. 네 명의 아티스트 각각의 소개와 사진, 그들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가 담겨 있었습니다. 사진들은 역시 멋졌고, 그들의 내면을 더욱 잘 알게 하는 특유의 대화체가 각각의 아티스트가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책의 내용 중 특히 스태판 피 재키브의 말이 인상깊었어요. 한국에는 아직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 또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어렵지 않다. 대중음악은 일상 속에서 더 쉽고 자주 접하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도 자꾸 들으면 익숙해지고 친근해질 것이다. ... 한 작품을 이해하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만큼 기쁨도 커지고 만족감도 더 오래 지속된다. 클래식의 매력은 아마 그런 것인듯 해요. 자꾸자꾸 듣다보면 내가 원래 오래 들어온 음악처럼 친근해지고, 악기 하나 하나의 음색이 들리면서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집중하게 되고, 더 듣고싶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본 뒤의 여운은 같이 들어있는 씨디와 함께 즐길 수 있었어요ㅎㅎ 일상적인 사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속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디토의 <클래식 보헤미안> 때문에 요번 콘서트에서는 그들이 이전과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