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록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를 통해서만 작가를 접했기에 사실 부드럽고 감성적인 클래식과의 매치는 어떨 지 궁금했다. 클래식에 대해 이제 입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참 잘 샀다" 드뷔시가 곡을 부친 다섯 편의 보들레르의 시와 그의 가곡이 갖는 공통분모는 계속되는 밤의 느낌이다. 단어를 발음할 때 나는 순수한 소리에 대한 보들레르의 상징주의적 집중은 드뷔시의 집단적 화음과 무조 음계의 사용과 맞아떨어지며, 형식없이 흐르는 언어의 리듬은 전통적 음계구조를 탈피해 조성을 흐리는 드뷔시의 특성에 호응한다. 이 책이 없었다면 나는 독자가 그저 어려운 악장과 번호들을 이미 안다는 전제 하에 글을 써나가는 책들 사이에서 "역시 클래식은 어려운 것이야"하며 손을 놓아버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크지 않은 사이즈의 하늘 색 책, 디자인된 띠지를 벗겨보면 더 깔끔한 책이 있다! 중간중간 있는 클래식노트는 혹시나 빠트린 것이 없나 요점정리 혹은 키워드 노트를 나눠주는 선생님처럼 친절하다. 어려운 음악용어, 작곡가들. 그러나 이들에게 이야기가 덧씌워 지면 어느새 나와 친근한, 더없이 마음 편안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클래식으로 나의 손을 잡아끌던 <클래식의 사생활>을 덮으며 다시 만난 유정아씨에게 왠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