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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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화차]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화차.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이 물질로 통용되고, '신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화차'의 수레바퀴에 말려들게 된다.

 

약혼녀를 잃은 남자와 휴직중인 경찰,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다른 여자의 삶을 훔쳐야 했던 여자. 소설은 현대에 새로이 전개된 '신용사회'를 소재로, 거대 자본의 논리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희생되고 또 다른 이를 희생시키는지를 이야기한다. 사회고발적인 메세지와는 다르게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이야기의 얼개 또한 놀랍다. 메세지와 장식 둘 다를 휘어잡은 느낌이랄까.

 

상상도 못할 스토리의 전개로 페이지를 빨리빨리 훑어내려가다가도, 치밀하게 짜여진 반전에 앞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러한 얼개들은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독자는 스릴러적 특성 뿐만 아니라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강한 이 소설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누구의 잘못도 없는 채로 끊임없이 내달리는 화차.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화차>도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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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후에 오는 것들 - <클레브 공작부인>

 

첫 번째 사랑의 감정을 떠올려보자.
그 느낌은 '설렘'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두려움', '낯설음', '안타까움' 같은 것들.
더군다나 이미 결혼한 상대자가 있는 후에 그런 감정이 느닷없이 찾아오게 된다면.

 

클레브 공작부인은 당대의 많은 귀족 부인들처럼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공작과 정략결혼했다. 한번도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일이 없기에 쉽게 연애에 빠지는 다른 부인들처럼 가벼이 살지 않겠노라 다짐한 터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인지 그녀에게 사랑은 그제서야 찾아오게 된다. 그것도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이 아닌 수많은 염문설을 뿌리고 있는 느무르 공이 바로 그 상대자가 된 것이다.
그녀는 급작스레 찾아온 이러한 감정에 괴로워한다. 설렜다가 식었다가 아팠다가 좋았다가 하루에도 열번씩 기분이 바뀌는.

 

그리하여 이 소설은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꽉 닫힌 공동체 속의 가쉽을 전하는 사람들은 꼭 끼는 드레스를 입고 가면을 쓴 듯 가식적이고 비밀스럽다. 거짓으로 위장하는 감정들 속에서 문득 진짜 감정을 갖게 된 사람의 이야기.

사랑 이야기임에도 그것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인간들 사이의 흔한 감정이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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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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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시간을 공유하는 느낌. 우리 모두 이런 시절이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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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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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어, 어디까지 가봤니? - 젠틀맨 & 플레이어

 

교육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문법학교' 학교가 생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취직이 아닌 학문 탐구를 목적으로 진학하는, 귀족들의 학교. 영국의 문법학교는, 나의 이미지로 그려지기를, 고성같은 분위기에 교복을 입고 우아하게 걷는 학생들과 예를 지키는 선생들이 있는 곳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런 풍경을 그렸던 것일까. 문법학교의 수위인 아버지를 둔 주인공은 '선'을 넘고싶은 열망에 휩싸인다. 계층이 다른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이야기는 스킨쉽에만 한정된 건 아니었나보다. 담을 넘고 숲을 지나 문법학교로, 들어가며 주인공은 점점 그들에 동화되고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게임처럼 진행되는 소설은 어느 쉴 곳 하나 없이 급박하게 흐른다. 교사가 되어 문법학교로 돌아온 주인공이 문법학교를 전복시키려 계획을 짜고, 학교가 혼란에 빠지는 그 순간. 그의 복수는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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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3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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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모두의 잘못이라고 해야하나.

 

큰 바람에 가로수가 쓰러지고, 그 밑에 있던 아이가 죽는다.


한 아이의 죽음 앞에 선 아버지는 그 침통함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그 나무가 왜 쓰러졌는지, 공원관리과의 사람은 왜 그 나무만 점검하지 않았는지(못했는지), 하필 그 날 그 시간의 엠뷸런스가 지나는 도로는 왜 그리도 막혔는지,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은 왜 만원이었는지. 그 모든 요소들이 내 아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대망상일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아이러니컬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


다 읽은 후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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