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여행자-되기 ㅣ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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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짧은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집을 나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틈새독서를 위해 동반자로 선택한 것은
바로 『관내 여행자-되기』.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여행길은 자연스레 이 책과 함께하는 또 다른 ‘관내 여행’으로 이어질거라 생각했는데..
1관 ‘인천’, 2관 ‘의정부’, 3관 ‘삶터’까지 읽은 후에야 깨달았다. 이 책은 결코 가벼운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다 4관의 제목, ‘안산’이라는 글자가 적힌 페이지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 결국 책을 덮고 말았다.


세월호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가혹한 참사였다. 그러나 그 비극 속에 한 겹의 인연이라도 닿아 있는 이들에게는, 사건은 단순한 사회적 기억을 넘어버린다.
대학 시절 두 학번 아래였던, 누구보다 똑똑하고 야무졌던 그는 단원고 교사로 근무하다가, 끝내 학생들과 마지막을 함께했다. 참사에 얽힌 난잡한 이야기들과, 이를 둘러싼 무책임하고 말도 안 되는 소문들로 혼란스러워진 가운데, 항시 장난스럽던 성격의 동기가 참사의 여파로 다들 가기를 꺼려하던 단원고 교사로 자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두 사람의 그 용기에 깊은 존경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후배를 비롯해 수많은 아이들의 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안산이라는 지명은 아직까지고 내게 고통과 존경, 부채와 연대가 교차하는 자리로 남아 있다.


그리고나서 이어지는 다음 장은 ‘이태원’이다. 세월호의 비극을 마주한 직후, 여정은 또 다른 참사인 이태원 압사 사건으로 이어진다. 사실 그 이전 1관 ‘인천’과 2관 ‘의정부’에서도 두 사람은 동일방직 여공들의 수난과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뒤이어 7관 ‘광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이, 8관 ‘서대문’에서는 서대문형무소가 등장한다. 이 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들의 여정은 단순히 어두운 역사를 소비하는 다크투어리즘이 아니다. 그 지점을 아득히 넘어, 고통과 처참함을 온몸으로 직면하게 만드는 이건 차라리 미저러블 투어에 가깝지 않을까.


그래도 이런 고통스러운 여행을 황유지와 백가경이라는 이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관내 여행자-되기』는 특별했다. 두 저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담백한 문장들은 무겁고 아픈 역사의 현장을 그려내면서도, 읽는 이에게 위로처럼 다가왔다.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가득한 비참함 속에서도 함께 견딜 수 있는 건 서로에 대한 연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감명깊었다.
다들 이 책을 읽어보시고 관-통하시길.

출판사의 도서제공 덕분에 '관내 여행자'가 되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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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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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환갑이 넘어 미스터리 작가로 데뷔한 작가님.
그 놀라운 이력만큼 『기만의 살의』 나 『귀축의 집』 과 같은 전작에서 다소 실험적인 서술방식을 선보였는데요👀
이번 신작, 『패자의 고백』은 그 형식을 한층 더 확장해 한 모자의 추락사건을 관계자의 수기, 이메일, 서간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냈어요.

💬 줄거리
모토무라 가족의 별장에서 아내 미즈카와 아들 도모키가 추락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편인 히로키는 “자신은 1층에 있었고, 쿵 소리가 나서야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하지만, 사망 직전 아내가 연이 있던 기자에게 보낸 수기에는 “남편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는 고발이 담겨 있었죠. 결국 히로키는 용의자로 구속됩니다.
하지만 곧 히로키의 아들, 도모키가 보낸 충격적인 이메일이 공개되며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집니다.
그 안에는 “내가 여동생을 죽였고, 다른 집 아이까지 노리려 했다. 그래서 부모가 나를 죽이려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알고 보니 부부 사이에는 미즈카의 친정 유산을 둘러싼 갈등, 도모키의 출생에 대한 비밀, 그 이전에 일어난 딸 유카의 사고사까지 겹겹이 쌓여있었는데요. 여기에 미즈카의 내연남들과 히로키의 친구 부부의 증언까지 얽히며, 모자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일지 독자들을 매우매우 혼란스럽게 합니다. 과연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지🤔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중에 <추락의 해부> 가 있거든요. 이 작품은 외진 산장에서 남편이 추락해 사망하고 그 진상을 배우자와 아들, 그리고 주변인들의 시점에서 사건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데, 『패자의 고백』과도 비슷한 포맷이죠? (취향 소나무 그자체)
독자들은 히로키의 변호사 무쓰기 레이가 그를 변호하기 위해 모은 자료 수기·이메일·증언들을 토대로, 마치 미스 마플처럼 퍼즐 조각들을 스스로 조합하며 범인을 추리해볼 수 있어요. 이거 어떻게 참나요..
그리고 마지막 장에가면 '해답편'이 나오는데요.
무쓰기 레이가 단서들을 꿰어 맞추며 사건의 진상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이 바로 ‘패자의 고백’, 범인의 자백서였죠.


작중에서 무쓰기 레이는 직접 화자로 크게 나서지 않고, 여러 기록들을 모아 진실의 결을 '명징하게 직조'해내요!! ㅋㅋㅋ그 과정이 무섭도록 냉정🥶
푸트렐의 두젠 교수가 사고기계, 생각하는 기계라고 불리는 것을 오마쥬하듯 미키 아키코 또한 치밀한 범행 트릭과 담담한 서술방식으로 ‘추리 기계’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간의 케미나 '탐정'인 무쓰기 레이의 인간적인 면은 강조되지 않습니당.

저는 사실 라노벨 스럽거나 너무 티키타카가 많은 가벼운 추리소설보다는 이렇게 담백하게 '추리'에 올인한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는 요런 책이 참 좋더라구요. 요새들어 참 희귀하기도 하고요🥲

아, 그리고 찾아보니 이 작품이 '무쓰기 레이' 시리즈의 시작이더라구요. 이미 일본에서는 후속작이 나왔다고 하는데 하루 빨리 다음 이야기도 만나보고싶네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무쓰기 레이라는 새로운 탐정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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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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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부터 감탄사 터져나오는 『대전환』✨
SF 소설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역사·탐험 소재가 섞였다길래 바로 읽었어요👀

💬 줄거리
19세기, 짙은 안개와 절벽이 드리운 북해 위를 항해하는 범선 데메테르호.
하지만 선의 사일러스 코드는 항해 내내 기이한 악몽에 시달립니다...그러다 데메테르호의 여정은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파타고니아의 증기선 → 20세기의 비행선 → 우주선으로까지 이어지고, 항상 그 끝에는 “균열”과 조난당한 우주선 유로파호, 그리고 섬뜩한 메시지 “탈출하라”가 등장하죠🫢

괴생명체, 반복되는 재앙…
사일러스 코드 박사의 모험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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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감상
『대전환』은 단순한 SF라기보다 고전문학 오마주 모음집 같은 매력이 있어요.
범선 시절은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증기선 시절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비행선 시절은 쥘 베른 『지구 속 여행』
고전 팬이라면 이런 숨은 흔적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


게다가 같은 인물들이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계속 등장하는데, 이 반복 구조가 독자에게 묘한 불안을 줍니다 ㅋㅋ그리고 사일러스 코드의 정체에 얽힌 충격 반전은 꼭 직접 경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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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상수학 + 철학의 만남
소설의 핵심 장치는 ‘위상수학’.
저는 수포자라 처음엔 흘려보냈지만🤣 수학적 개념과 철학적 질문이 이어지는 순간부터 몰입도가 급상승했어요.

원제 Eversion은 ‘구체 뒤집기’라는 수학 개념에서 따왔는데,
작중 사일러스는 “변환”이라 쓰다 “전환”으로 고쳐 적어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존재와 인식까지 뒤바뀌는 전환을 뜻하는 거죠. 한국어판 제목 『대전환』은 정말 탁월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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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 남는 결말
사일러스의 소망
— “힐톱 코티지에서 보내는 평범하고 소박한 삶” —은
초반의 몽상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면서 독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거대한 구조물과 반복되는 탐험 끝에 도달한 것은 결국 인간적인 삶.
이 대칭적 구조 덕에 책장을 덮고 나면 묵직한 감동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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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온다 리쿠 리세 시리즈 세트 - 전6권 ㅣ 리세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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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살 이유가 없는 온다리쿠의 마스터피스
일단 박스와 양장부터가 소장각입니다.
책장에 꽂아놓고 너무 황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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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다 1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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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연락이 끊긴 친척으로부터
뜻밖의 유산, 오래된 고택을 물려받는 상상을
해본 적 있지 않나요🤭
『누가, 있다』는 바로 이 설레는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 줄거리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를 잃은 소희는 낯선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바로 돌아가신 고모가 상당한 유산을 남겼다는 것. 문제는 한 번도 존재를 알지 못했던 사촌들과
그 재산을 '공동상속' 해야 한다는 사실.
조건은 단 하나,
모두가 고모의 오래된 시골집에서
유산 상속자의 수만큼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것.

소희는 사촌들과 얽히며 혈육의 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머릿속에는 변호사의 말이 불길하게 맴도는데..
“절대 밤에는 이 집을 벗어나면 안 됩니다.”
창고 속 놋그릇에 기겁하는 사촌언니,
한밤중 마당을 서성이는 사촌오빠,
유산을 둘러싼 이 집의 비밀은 과연..?( -∀・)

-
『누가, 있다』는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뉘는데..
시골집에서의 5일, 그리고 서울로 돌아온 뒤 이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초중반까지는 빌런들과 미생이 따로 없는 소희의 짠내나는 생활사가 이어지지만 후반부터는 고모와 사촌들이 숨기던 비밀, 한국 무속과 오컬트 장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공포의 강도가 급격히 높아져요.
쫄보인 저는 책장 바로 덮고 한 낮에 다시 읽었어요😂

공포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답답한 주인공 클리셰아시쥬? 소희도 그래요..🤦‍♀️
때문에 속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 답답함이 오히려 공포를 배가시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물론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지점은 오컬트 장르를 접하는 자세답게 그러려니.. 특유의 ‘장르적 법칙’으로 이해해야하고요.
오히려 현실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서사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긴장감을 준달까요..?

-
그리고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꽤나 입체적인데요..?
5명의 사촌들과 무당들은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져 영상화된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살아날 듯합니다. 마냥 선한 사람도 없고 마냥 악한 사람도 없고
정말 자신들의 욕망대로 움직이는데, 이게 또 현실적이더라구요..

그래서일까 의심병 말기인 본인은 모든 인물을 의심하며 “반전이 있을 거야!”라며 읽었는데…
네, 결국 저만 쓰레기였고요? 🤦‍♀️ 그만큼 작가님은 클리셰와 그걸 깨부수는 지점을 잘 활용하심

아무튼 총평을 하자면 『누가, 있다』는 공포 소설이라기보다는 오컬트 심리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할까요..? 한국적 오컬트와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며, 마지막 장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
그리고 저는 저런 기회가 있다면 등장 인물 중 한명처럼 오히려 쿨-하게 상속포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리뷰 마무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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