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평점 :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부디 당신이 무사히 타락하기를』등 한국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꾸준히 써온 무경 작가님의 신작, <1939년 명성아파트>
이번에는 1930년대 경성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다.
무대는 ‘명성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외부와 거의 단절된 아파트 안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구조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설정만으로도 벌써 맛있다.
이야기는 식모 ‘입분’의 시선을 통해 전개되는데 이 점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어린 입분의 눈으로 사건과 인물들을 바라보게 되니,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그 시선에 익숙해진다. 주민들은 대체로 (어리고 손끝이 야무진) 입분에게 호의적이고, 그래서 초반부는 마치 아파트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로 어느새 인물들에게 정이 붙어 내적 친밀감이 상승했는데..
하지만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알고 보니 명성아파트 입주민들은 저마다 숨겨둔 비밀을 품고 있었고, 사건을 통해 그 면면이 하나씩 드러난다. 인물들을 믿고 있었던 만큼,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적잖이 받게 되는 충격이란...
본격인만큼 독자들이 기대하는 추리 요소도 탄탄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는 속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을 떠올리며 한 인물을 미리 지목해두고 읽었지만, 결과는 또다시 실패.
하지만 단서들이 깔끔하게 회수되고, 알리바이와 범행 방식, 동기가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결말을 보고 나니 오히려 기분 좋게 패배를 인정하게 됐다.
마담 흑조 시리즈에서도 느꼈지만, 무경 작가님 본격 추리의 구조를 정말 안정적으로 다루는 작가다.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근대식 아파트라는 공간 설정도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건 물론이고.
이전 연작(은일당-마담흑조)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물론,
한국 배경의 본격 추리를 찾고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앞으로 이 세계관이 어떻게 이어질지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음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받아 남기는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