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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면서 이책은 뭔가가 틀릴거라는 기대를 했었다.
알랭 드 보통이 펴낸 여러 책들마다의 찬사가 그렇고
그의 재치와 아이러니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에서이다.
나 또한 책을 구입할때마다 항상 목록에 포함시켰다가 몇 개월만에 산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답은 모른다 이다.
아니 사람마다 다르다.. 아니,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분석하려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한 남자가 한여자에게 꽂혀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그러는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세밀하고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문체로 분석한다.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 그것을 의미있는 존재로 승화하기 위해서
삶속에 억지스러울 정도의 인간관계를 부여하는 주인공,,
그 남자는 여자의 두 앞니 사이의 간격속에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녀의 녹색눈,,말투에서 나오는 악센트, 하품할 때 그녀의 목 기울기..같은
시시콜콜함을 통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서로 깊은 사이가 되고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소유하려는 단계,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미움.. 그녀의 생활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마르크스주의, 자유주의를 곁들여 이 사랑의 감정의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녀의 배신앞에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사랑의 대상에게서 더 이상 사랑을 되돌려 받을 수 없게 되는 남자의 자살의 의도는
죽고 싶다는 의미보다 자신의 분노를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화가났는지 보여주려면 그는 죽어야 했고 그 충격으로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볼려면
살아있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고통을 무슨 순교자의 고통에 견주면서 도덕적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아무리 박식한 지식으로 사랑을 논하면서도
사랑을 잃은 그 고통에서 헤어나올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을 볼 때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각자의 인생에서 경험하고 터득한 고귀한 방식으로만
할 수있고 극복할 수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랑은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그녀에 대해서 그렇게 구구절절히 분석하면 뭘하는가 결국은 떠나버린 사람을 붙잡을수 도 없는데..
아무리 특별한 통찰력의 재주를 가졌더라도 알랭 드 보통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지키는데는
이러한 이론이 그렇게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
별 내용도 아닌데 이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진짜 처음이다.
아무리 번역된 글이지만 우리가 읽는데 불편한 현학적인 문체는 단어의 선택, 문장의 구조상에서
번역가의 배려가 부족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