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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의 노인 사건집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에마 오르치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0월
평점 :
에마 오르치, 헝가리 출신으로 남작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화재로 집안이 몰락하고 그녀와 가족은 1880년에 영국 런던에 정착하였고 에마 오르치는 런던에서 예술 학교를 다녔습니다. 결혼한 후에는 번역 및 삽화 작업을 하다가 직접 글을 써 보기로 마음먹고 1899년에 <황제의 촛대>를 발간하지만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1903년에 낸 <스칼렛 핌퍼넬>은 세계 각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되고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2013년 우리나라에서도 초연되었죠. 그러다가 1901년, 그녀는 탐정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당시 최고 인기였던 셜록 홈즈와는 아주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려 했고 이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바로 ‘구석의 노인’입니다. 아주 보기 드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탐정이지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여기자 폴리 버튼(이번 작품에는 그녀의 이름이 ‘메리’라고 되어 있습니다)이 어느 날 ABC 찻집(실제로 있는 카페 체인입니다)에 갔다가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노인은 트위드 코트 차림에 큰 뿔테 안경을 쓰고 늘 우유와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손으로는 쉴 새 없이 끈으로 매듭을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그 노인의 최대 취미는 바로 범죄 사건에 대한 해석입니다. 그는 재판에 참석하는 등 의외로 활동적이기도 하지만 직접 수사하지 않고 신문기사 등의 자료를 통하여 사건을 알아본 뒤, 자신만의 추론을 그녀에게 들려주는, 안락의자 탐정입니다. 그녀는 노인에게 경찰에 협력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지만 노인은 “그러지 않는 이유는 첫째, 그들이 내 말을 믿지 않을 것 같고, 둘째는 직접 내가 참여하면 취미와 의무감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할 것 같아서 그렇다. 가끔 나는 경찰을 놀리는 지능범에게 공감이 가기지 때문이다.”
<구석의 노인 사건집>은 1901년부터 연재되었다가 1905년, 1909년, 1926년에 단편집이 차례로 나왔지요. 전에 동서문화사에서 1단편집, 2단편집에서 14편을 뽑아 단행본을 내 준 적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1926년에 나온 3단편집의 것까지 모아 총 13편을 냈습니다. 앞의 5편은 1, 2부로서 동서문화사 것과 겹치는군요. 첫 단편인 <펜처치 스트리트 수수께끼>는 구석의 노인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다섯 번째 단편 <퍼시 스트리트의 기묘한 죽음>은 2단편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3단편집이 1926년에 나온 만큼 배경도 20년 후죠.
비록 오늘날의 독자들이 보기에는 조금 지루한 면도 있고 트릭에도 무리가 많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 구석의 노인 시리즈는 추리소설사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안락의자 탐정의 원형이기도 하며 노인 특유의 사건 해결법이 매력적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 <퍼시 스트리트의 기묘한 죽음>, <카키색 군복 수수께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