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
코바야시 야스미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밀실 살인이라는 테마는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이후 추리소설의 영원하면서도 가장 진부한 소재입니다. 이 작품은 더욱이 밀실과 살인 사건이 따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지요. 더욱이 탐정과 조수가 등장하며 조수의 입장에서 사건이 서술되는, 지극히 정통 고전 미스터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카와 탐정사무소에 나타난 한 부인은, 자신의 아들이 아내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며 무죄를 증명해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조수인 요츠야 레이코가 출동하여 사건을 조사하지만 피해자는 산장의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가 얼마 후 산장 밖에서 추락사한 시체로 발견되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방은 완전한 밀실이었고 창문도 잠겨 있었다는 점입니다.

 살인은 단 한 건이지만, 이 매력적인 밀실 수수께끼가 추리소설 독자를 자극합니다. 중간중간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레이코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 등 조금 산만하지만 본격 미스터리 팬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참고: 실제 밀실 살인 이야기를 한 번 올리고 싶군요, 19세기 말 독일에서 실제로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방문을 잠그고 자살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문이 잠겨 있어서 자살로 처리하려 했으나 남편이 이상할 정도로 범죄학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자세히 조사한 결과, 남편이 아내의 목을 매달아 자살로 위장한 뒤 문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으로 실을 넣어서 빗장을 당겨 문을 잠그고 왁스로 구멍을 막았음이 밝혀졌지요. 그런데 범죄학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의심 받으면 추리소설 애독자들은 주변에서 실제 범죄가 일어났을 때 각오해야겠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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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 <제로 포커스>의 원작이지요.

 주인공 데이꼬는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합니다. 평소에 지방 출장이 잦던 남편은 업무 인수 인계 문제로 지방에 내려가게 됩니다. 일주일쯤 걸릴 거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데이꼬는 결국 남편을 찾아 나섰다가 남편에 대해서 자신이 모르는 점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남편 주변 인물들이 한 명씩 살해되기까지 합니다. 과연 데이꼬는 이 모든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남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고전이라 그런지 이야기 전개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저는 실제로 범인뿐 아니라 다음 피해자까지 맞췄으니까요. 또한 진상을 밝혀 나가는 과정이 단지 설명조로만 되었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결말과 동기는 마쓰모토 특유의 사회파 정신이 매우 잘 나타나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미군 점령기의 문제를 교묘하게 작품에 도입했다는 점이 매우 훌륭합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이 아직도 영화화되고 있습니다. 역시 세대를 초월한 거장은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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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클로즈드 서클, 모든 추리작가의 로망이자 본격 추리소설에서는 이제 상투적인 배경입니다. 고립된 곳(대개 무인도거나 겨울의 산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이러한 작품의 대표작은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죠,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 또한 이러한 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장르에는 약점이 많습니다. 사람이 한 명씩 죽을 때마다 용의자도 한 명씩 줄게 되므로 결국 남은 사람이 범인이 되고, 범인이 그러한 곳을 살해 배경으로 삼을 리가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진부하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악평을 듣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래도 제대로 된 클로즈드 서클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겨울에 눈 때문에 고립된 산장이 배경이라는 점은 진부하지만 탄탄한 구성과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이죠, UFO 연구가, 아이돌이나 다름없는 인기를 누리는 스타왓처(별 관찰자)와 그 매니저, 소설가와 그 비서 등 여러 명이서 살인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으며 막판의 반전도 훌륭합니다.

 단지 동기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클로즈드 서클이 된 이유(스포일러라서 밝히지 않습니다), 트릭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충분히 미스터리 팬도 납득시킬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구라치 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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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 페스티쉬, 셜록 홈즈의 캐릭터를 일제 시대 경성으로 옮겼던 <경성탐정록>을 보았습니다. 일제 때의 주옥같은 명작 소설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단편, 설홍주, 왕도손, 레이시치라는 캐릭터 등이 많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지요. 그 작품의 속편을 기대했는데 드디어 볼 기회가 생겨 기뻤습니다.
 본 뒤 느낌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작의 가벼운 분위기와 유머 등이 많이 줄었지만 대신 깊이는 그만큼 더해졌습니다.
 첫 번째 단편인 <외과의>는 설홍주 시리즈에서 처음 시도된 도서물로서, 약혼자를 두고 경성에서 한 기생과 어울리던 외과의사가 자신에게 매달리던 기생을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이야기입니다. 외과의로서 매우 섬세히 시체를 다루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고, 콜롬보를 연상케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설홍주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막판에 설홍주가 "감히 내 옷차림을 혼마치의 건달들이랑 비교하다니"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습니다. 셜록 홈즈와 달리 설홍주는 옷차림에 신경을 꽤 쓰는군요.
 두 번째 단편인 <안개 낀 거리>는 전에 네이버 문학에도 소개되었죠, 안개 낀 거리에서 망치에 맞아 살해된 신타로는 원래 조선인으로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적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건은 의외로 복잡해지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던 단편입니다. 설렁탕은 백정들의 음식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선농당에서 임금이 제사 지내는 의식을 한 뒤 소를 잡아 끓인 탕이 설렁탕인데요. 그리고 용의자가 단지 그런(스포일러라 줄입니다) 이유만으로 자백한다는 점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세 번째 단편, 아니, 중편인 <피의 굴레>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성 제일의 극장 명수관의 사장 김명수가 잡지사에 광고를 하나 맡기면서 시작되는데 그것은 광고도 아니고 이상한 시입니다. 그런데 그 광고가 실리기도 전 김명수가 음료수에 섞인 독을 마시고 죽게 되자 잡지사에서는 설홍주에게 조사를 의뢰합니다. 설홍주는 타살의 흔적을 보고 사장 주변의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구성도 좋고, 당대 사회에 대한 묘사도 매우 좋았습니다. 그 시에 있는 암호문과 과거로부터의 사연도 마음에 들었죠. 단지 용의자 수를 좀 늘려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연을 좀 더 넣든지 해서요, 그 라무네라는 음료의 병과 그 구조를 그림으로 보여줬다면 더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네 번째 단편인 <날개 없는 추락>은 담벼락에서 시체가 발견되자, 여러 명의 용의자를 나열하고 그 가운데서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설홍주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의 수준이라 보면서 한국 추리소설의 미래가 밝음이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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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록 경성탐정록 1
한동진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경성탐정록, 잘 읽었습니다.
우선, 일제 때를 고증하느라 작가 분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후기를 보니 일제 때를 배경으로 한 이유를 ‘21세기에는 과학수사가 대세지만 정통 퍼즐 추리물을 쓰고 싶어서’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식민지 주민들의 의식 수준과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 등을 보여주는 데에도 그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용의자가 거지면 가차 없이 폭행부터 하는 경찰, 남자의 바람에는 관대해도 여자의 바람에는 엄격한 사회 통념, 겉멋만 든 모던 보이 등에 대한 불만을 설홍주는 기탄없이 말하고 있지요. 오늘날에도 이러한 통념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설홍주가 사건 현장과 의뢰인을 분석하는 모습 등을 보았을 때, 역시 이름대로 셜록 홈즈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설홍주는 불령선인적인 생각(물론 일본인들이 보기에)을 가지고 있는데도 일본 경찰을 돕고, 그러면서도 독립군을 밀고하거나 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당시 초강대국에서 활약하던 탐정인 홈즈와는 다른, 조선 지식인으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내성의 <마인>은 한국추리문학사에서도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지만 일제 치하라는 환경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경성탐정록>은 일제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천변 풍경>입니다. 김두한의 등장도 좋았으며 당시 양극화가 심한 경성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였고(거지 소굴에서 고급 여관과 고급 요정으로 이어지는 장면), 모든 장치에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막판의 설명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광화사>도 훌륭했지만 마지막에 유력한 용의자가 한 사람만 나온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처음에 용의자를 두어 명 정도 등장시켜 이 중에 누구일까 하고 짐작하게 만들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리고,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첫 작품인 <운수 좋은 날>에서 범인을 잡는 단서가, 왕도손이 만난 우연(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렇게만 말하렵니다)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처음의 실종 사건과 나중의 납치 사건을 연결시키는 방법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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