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도의 마물 미스터리 야! 10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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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영웅전설>이라는, SF 환타지 소설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인 <월식도의 마물>을 읽었습니다. SF나 환타지 작가로 유명한 그가 YA! 미스터리 시리즈를 쓰다니 조금 의외더군요.

 

 1907년 에드먼드 니담이라는 이가 쓰는 회고록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의 배경은 1857년입니다. 이 해에 스코틀랜드 북부의 월식도라 불리는 섬 앞바다에서 웬 전함 한 척이 발견됩니다. 그것도 빙산에 갇힌 채로 말이죠, 혹시 북극 탐험하다가 주변 바다가 모두 얼어붙는 바람에 빙산에 갇힌 게 아닐까 하였으나 알고 보니 그 배는 16세기 영국과 해전에서 패한 뒤 영국 북해로 돌아간 스페인 무적 함대의 배 같다는 보고가 나옵니다.

 한편, 주인공 에드먼드 니담은 크림 전쟁(1853~1856) 참전용사 출신으로 영국에 돌아온 뒤 유일한 혈육 조카 메이플 콘웨이와 함께 겨우 일자리를 얻습니다. 그런데 첫 임무가 당시 최고의 인기 작가인 찰스 디킨스를 보필하는 일이지요, 더욱이 디킨스의 집에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머물고 있고요.

 니담은 이 유별난 두 대작가를 모시고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우연히 노르웨이 출신의 학자와 한 신문기자에게서 그린란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린란드에서 사람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생선뼈가 없고, 월식도 근처에서 괴생명체가 나타나고 있다는 소문이지요, 결국 디킨스와 안데르센은 월식도에 가지만 섬에는 몇 년 동안 그곳을 지배하는 지주 인 고든 가 사람들이 이들을 매우 배척합니다. 니담은 섬을 조사하다가 이 섬에 계속 뿌리 깊게 내려온 원한이 있음을 알게 되고, 결국 고든 가와 일전을 벌이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 인물을 등장시킨 뒤 실제 사건처럼 절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가의 기술과 섬세한 인간 묘사도 그렇지만, 그 당시 사회에 대한 철저한 고증은 물론 이야기의 구성도 정말 좋더군요, 특히 크리쳐물은 제대로 쓰지 않으면 유치해지기 쉬운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생명체 역시 매력 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하나의 모험물로 정말 3대가 함께 보아도 좋을 것 같더군요. 선정적인 면도 전혀 없고요.

 에드먼드 니담의 빅토리아조 모험 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라고 하니 다른 두 개도 한국에 번역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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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토마스 1 팡토마스 1
피에르 수베스트르.마르셀 알랭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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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토마스 시리즈, 뤼팽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악당 주인공입니다. 단지 뤼팽은 살인을 하지 않고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말 그대로 의적인 데 반해 팡토마스는 살인, 납치, 폭력 등을 서슴지 않는, 악당 그 자체입니다.

 

 사건은 랑그륀 후작 부인의 저택에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만찬 후 담소의 시간을 갖다가 우연히 벨담 경의 실종 사건과 동시에 ‘팡토마스’라는 존재가 화제에 오릅니다. 팡토마스란 어디에도 없고 모든 곳에 있으며, 도저히 해명할 수 없는 범죄사건 주변에는 늘 그의 흔적이 돕니다.

그런데 얼마 후, 랑크륀 후작 부인은 처참하게 살해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이는 그 저택에 식객으로 묵고 있던 샤를 랑베르라는 청년입니다. 그런데 그마저 얼마 후 연못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그 아버지가 시체를 확인합니다). 파리 경시청의 쥐브 경감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고, 얼마 후 벨담 경도 시체로 발견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수수께끼의 도난 사건 및 살인 사건이 잇따릅니다.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팡토마스가 있음이 거의 확실합니다. 쥐브 경감은 이를 악물고 팡토마스의 뒤를 쫓아 그 정체를 밝히려 활약합니다.

 

 전체적으로 큰 규모의 사건이라기보다는 자잘한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하나로 저지르는 팡토마스의 완전 범죄(?)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팡토마스입니다. 그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끝까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더군요,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모리어티는 홈즈의 망상이라는 말이 있는데(왓슨이 모리어티와 직접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팡토마스는 망상인 듯, 망상이 아닌 듯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추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대담한 범죄 행각은 이 작품이 ‘고전’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죠, 이 정도의 캐릭터가 왜 아직도 한국에 정식 소개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뤼팽 시리즈와 비교해 보았을 때 뤼팽 시리즈는 뤼팽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도 있는데 팡토마스는 뜬구름처럼 돌아다닙니다. 즉 말 그대로 팬텀, 즉 유령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러한 팡토마스에 맞서는 쥐브 경감 역시 따로 그의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탐정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뒤에 있는 해설도 흥미롭습니다. 변호사와 비서로 시작했다가 공저자가 되고, 둘이서 한 장마다 번갈아 가며 글을 썼다고 한 두 명의 저자 이야기도 그렇고, 까치판 아르센 뤼팽 전집을 번역하셨던 성귀수 선생님의 번역 및 해설이니 그 믿음이 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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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전주곡
나이오 마시 지음, 원은주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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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즈, 마저리 알링엄과 함께 20세기 영미권 4대 여류 추리소설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오 마시의 작품 <죽음의 전주곡>입니다. 나이오 마시의 작품은 국내에는 오래 전에 단편만 몇 번 나왔고 장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작품은 1939년에 나왔으며 펜쿠쿠 지역의 한 저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펜쿠쿠 가문의 아들 헨리는 목사의 딸 다이나와 연인 사이지만 헨리의 고모 엘리너 프렌티스의 방해로 최근 갈등이 심해진 상태입니다. 이들은 각자의 일에 바쁘면서도 자선 연극제를 준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극이 열린 밤, 원래 프렌티스 양이 피아노를 치기로 했으나 그녀의 손 부상이 심해서 캠패뉼러 양이 치게 됩니다. 그런데 곡이 연주됨과 동시에 피아노 소리 대신 총소리가 강당을 울리고, 캠패뉼러 양은 그대로 죽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피아노 페달을 밟으면 권총이 발사되도록 장치가 되어 있음을 알고 런던 경시청의 로더릭 앨린 경감을 부르게 됩니다. 과연 범인의 원래 목표는 프렌티스 양이었던 걸까요?

 앨린 경감은 수사하다가 동네의 장난꾸러기 꼬마가 장난감 도르래를 이용하여 피아노에 물총을 장치했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진짜 총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행이 가능한 시간이 언제인지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이들 사이에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가 하나씩 밝혀집니다.

 

 전형적인 후던잇(Whodunit) 미스터리로서 고전 추리소설의 재미를 잘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탐정 역인 앨린 경감, 그 친구인 기자 나이젤 베스게이트라는 캐릭터도 빛납니다. 20세기 영국 추리문학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영향이 워낙 커서 그런지 ‘크리스티’ 스타일이라는 느낌도 많이 나지만 나이오 마시 특유의 인간 성찰, 연극에 대한 애정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나이오 마시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더 많이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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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번호 113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0
류성희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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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성희의 <사건번호 113>을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도서 추리물의 형식을 띄고 있군요.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입니다. 유명 병원의 외과과장인 희경, 여검사 승주, 폭력조직 두목의 아들인데 형사가 된 준석이지요. 희경은 어느 날 자신의 딸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방문했다가 딸이 재미교포 출신 남자친구 마이클과 같이 마약을 하다가 싸우고, 결국 우발적으로 남자친구를 죽인 현장을 보고 맙니다. 희경은 이런 일을 저지른 딸을 감싸기 위하여 사건 현장 뒤처리를 하고, 시체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지요. 거기다 딸이 자신의 범행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각종 약물 치료를 합니다.

 한편, 형사지만 조폭 두목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강력반에 가지도 못하고 늘 잡범만 잡고 동료들로부터 멸시받던 준석은 죽은 마이클의 형인 조셉에게서 실종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가 마이클이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그 사건 현장인 오피스텔임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마이클의 혈흔과 지문 등을 발견합니다. 현장 상황으로 보아 마이클이 죽었고 희경이나 그 딸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시신을 발견할 수 없었지요, 결국 준석은 그 사건 담당 검사 승주와 함께 그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살인 사건은 1건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전개가 매우 빠르며, 가독성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살인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시체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시체를 발견하지만 시체 발견 후에 어떻게 시체를 옮겼는지(토막 내지도 않은 채) 밝혀내야 하는 등 희경이 계속해서 던져 놓는 수수께끼가 흥미진진하며, 마지막 트릭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즉 ‘누가’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인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이 작품의 주된 키워드는 ‘기억’으로서, 주요 인물인 세 사람 모두 보통 사람으로서는 잊고 싶은 과거, 즉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을 통하여 그 감추었던 기억을 되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이 기억에서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국내 출간 작품의 질이 점점 올라가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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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복합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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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사회파 미스터리’라 부를 만큼 그의 작품은 사회 참여 의식으로 가득 차 있지요.

 이 작품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1965년에 발표하였습니다. 전에 <제로의 초점>을 읽고 미스터리보다는 살인 사건을 당시 사회 문제와 절묘하게 연결시킨 그의 능력에 감탄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이 작품은 마쓰모토 자신의 고고학, 민속학에 대한 흥미는 물론 이른바 ‘여행 미스터리’라 불리는, 여행지에서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지요.

 

 주인공 이세 다다타카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로, 어느 날 한 잡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일종의 여행 가이드를 연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담당 편집자인 하마나카와 함께 취재 여행을 갑니다. 가이드의 테마는 일본의 전설입니다. 이 중 하나인 우라시마 타로 전설을 취재하던 이세는 숙소에 갔다가 그곳 경찰이 “산 속에 시체가 묻혀 있다.”는 의문의 투서 때문에 산을 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고 배의 갑판 조각 하나가 발견될 뿐입니다. 이세는 조금 호기심을 느끼지만 시체가 발견되지 않자 다음 장소로 떠나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세가 그 가이드를 잡지에 발표한 후 1차로 찾아갔던 곳에서 죽은 지 1년 된 시체가 발견됩니다. 거기다 더 이상한 일은 어느 여인이 이세를 찾아와서 이세가 여행한 곳이 모두 숫자 35와 연관이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하고, 얼마 후에 그녀는 시체로 발견됩니다. 약간의 책임을 느낀 이세는 자신이 직접 살인사건 조사에 나서게 되지요. 그리고 그 사건이 과거의 어느 선박 침몰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흡입력도 좋고 일본 각지의 전설과 살인 사건을 절묘하게 버무린 구성이 잘 되어 있습니다. 범인이 전설과 살인 장소를 통하여 사건의 동기를 암시하는 아이디어도 좋고요. 일본의 지명이 한국인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본문 앞쪽에 지도가 나와 있어 참고하여도 좋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동해를 ‘일본해’라 쓰고 있으며 그대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또한 범인의 정체가 조금 일찍 나오므로 반전은 의외로 약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이 자랑하는, 추리소설의 대가입니다.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다니 미스터리 팬에게는 낭보가 아닐 수 없지요,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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