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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7월
평점 :
유괴, 특히 미성년자 유괴 살인이라는 범죄는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1932년에 있었던 린드버그 유괴 사건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 중 하나가 되었죠. 아이의 아버지가 최초로 대서양을 비행기로 횡단한, 린드버그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아이를 유괴한 날 밤에 살해하고도 두 달이나 끌면서 몸값을 요구한 범인의 뻔뻔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도입부, 유괴 살해 사건의 범인인 기무라가 법정에 섭니다. 여기서 정체는 언급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이 나타나 그 재판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봅니다. 이 기무라의 유괴 사건은 그에게는 일종의 벤치마킹(?)으로서, 그 재판 과정을 보고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도 유괴를 하려던 것입니다.
얼마 후, 이름난 부자인 이노우에 집안의 아들이 유괴당합니다. 하지만 이노우에는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범인 쪽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범인은 많은 몸값을 요구하고 경찰이 추적해 나가지만 가는 길에 몸값은 감쪽같이 없어지고 맙니다. 며칠이 지나도 아이는 소식은커녕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다카기 아키미쓰가 만든 캐릭터 중 하나인 하쿠타니 센이치로 변호사가 등장하는 법정물입니다. 법정 장면이 중간 중간에 계속 나오며 유괴 사건 재판과 이 모방 범죄에 대한 수사 과정이 번갈아가며 진술되는 구성입니다. 변호사이자 명탐정인 하쿠타니의 활약이 돋보이고, 범인이 유괴 사건을 통하여 얻으려 했던 것을 얻는 수단 또한 감탄할 만합니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범인을 잡는 방법이 조금 뜬금없고, 범인의 유괴 동기가 단지 등장인물의 짐작과 전혀 어긋나지 않으며 그만큼 갑자기 잡힌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교묘하게 계획을 짠 범인이 그렇게 기본적인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도 어색해 보였습니다.
유괴는 추리작가로서는 매우 다루고 싶은 소재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예고 범죄로서 범인이 자신을 드러내야지만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돈을 전달받을 때 그 주변에 경찰이 매복하고 있을 위험이 있으니, 범인으로서는 고도로 머리를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천재 추리작가 중 하나인 다카기 아키미쓰의 유괴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볼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카기의 작품이 더 많이 소개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