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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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번갈아 쓰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유철 작가의 최신작이 나왔습니다. <레드>, 붉은 색이란 뜻이죠. 제목대로 이 작품에서는 붉은 색, 즉 피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김민성은 12년 전 모든 기억을 잃었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보통 소설가입니다. 그가 어느 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한 여인이 그에게 접근해 옵니다. 그녀는 자신의 여동생이 얼마 전에 실종되었는데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민성이 전에 썼던 소설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한편, 여인들이 실종된 뒤 장기가 적출된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하고, 경찰은 피해자의 주변을 탐문하다가 그녀가 가입했던 특정 모임과, 그 모임의 강사를 쫓게 됩니다. 민성은 이 사건들이 고대 아즈텍에서 행해졌던 인신 공양과 흡사함을 느끼고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다가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12년 전 용호농장에서 있었던 대규모 화재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민성의 기억이 사라진 곳도 바로 용호농장입니다.

 

스릴러 소설답게 이야기가 매우 빨리 전개됩니다. 또한 장기가 적출되박 형사와 민성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서술되며 이들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즈텍의 심장 꺼내는 의식, 백년전쟁 당시 어린이들을 학살한 악명 높은 질 드 레,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질 드 레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프레이저가 쓴 인류학 서적인 <황금가지> 등 여러 가지 상징과 지식이 이야기 전체에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연쇄살인마를 만들어 낸 이 사회와,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묘사도 생생하고 마지막 결투 장면도 박진감이 넘칩니다.

아쉬운 점은 작품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상징과 지식이 동원되어 보통 사람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많은 지식 중 한두 가지만 썼어도 이야기가 그리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군요.

한국 스릴러 소설의 출간이 활발히 되어가고 작품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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