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이 하늘을 움직였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본격과 사회파의 결합이자 시마다 소지의 또다른 캐릭터인 요시키 형사가 나온다는 말에 잔뜩 기대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도쿄의 어느 상점의 여주인이 한 키가 작은 노인과 거스름돈(정확히 말하면 소비세)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갑자기 노인이 여주인을 칼로 찔러 죽입니다. 경찰에 잡힌 노인은 완전히 치매에 걸린 듯 묵비권을 행사하지요. 형사 요시키는 그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 같이 않다는 느낌에 피해자인 여주인의 과거와 그 노인의 과거를 살펴봅니다. 그러다가 나메카와(노인)이 26년이나 옥살이를 했고 그를 아는 사람은 모두 노인이 아주 온화하고 성실한데다 소설 쓰기에까지 능했다고 증언하여 그 사건 뒤에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노인이 쓴 소설을 보던 요시키는 실제로 그 소설에 일어난 사건과 유사한 일이 과거에 홋카이도의 열차에서 일어났고, 열차에서 의문의 폭파 사건 때문에 사건이 묻혔지만 그 사건이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감상은 간단합니다.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김전일 시리즈의 어느 작품(밝히면 스포일러) 또한 이 작품의 영향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지요. 더욱이 아직도 한일 과거사의 불편한 점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이야기를 다루다니, 시마다 소지가 정말 용감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 거만한 미타라이에 비하여 마음이 따뜻하고 성실한 요시키 형사도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캐릭터는 냉혹한 살인범과 온화한 노인의 모습을 모두 갖춘, 정말 드물게 기구한 인생을 살아온 나메카와 노인입니다. <붉은 오른손>의 콕스크류처럼 냉혹한 살인귀이자 그 뒤에 감춰진 슬픈 사연, 시대의 피해자로서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노인은 저의 베스트 추리소설 캐릭터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반전이 부족하다는 점일까요, 그리고 트릭이 오늘날에는 좀 많이 알려졌고(십여 년쯤 전에 이 작품이 소개되었다면 정말 재미있게 보았을 텐데).
시마다 소지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