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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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 카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이고,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기에 정말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표지에 그려진 인형 얼굴의 나머지 반쪽을 보니 딕슨 카의 소설에 맞는 괴기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실화가 모티브가 된 작품답게 사건 전체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특히 무엇보다도 이 사건에서 돋보이는 점은 '의외의 범인'이라기보다는 '의외의 피해자'에 있습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살해된다면 그 사건의 증인이 피해자가 되어야 할 텐데, 다른 인물이 살해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딕슨 카의 구성력은 역시 놀라웠습니다. 특히 두 명의 판리 경이 벌이는 신경전은 매우 돋보여, 처음 주장할 때는 어느 쪽이 가짜고 진짜인지에 대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듯했습니다.

 또, 딕슨 카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조성의 대가답게 이번에는 '자동 인형'이라는 소품을 이용했습니다. 자동 로봇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으로 보는 이에게 신비함을 준 자동 인형, 인형은 그 동안 많은 괴담에 등장했지요,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혼령이 씌웠다든지, 저주받은 인형이라든지 하는 방법으로요, 이 작품에서도 그 인형의 신비감이 부각됩니다. 그러면서 결국은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딕슨 카의 소설은 반얀나무(보리수의 한 종류)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얀나무는 여러 가지에서 직접 땅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겉보기는 마치 울창한 숲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한 그루의 나무기 때문이죠, 딕슨 카의 소설이 바로 그러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은 이 작품보다 1년 전에 발표된 <화형법정>을 연상할 수 있었지만 <화형법정>만큼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약간 맥이 빠졌습니다. 더욱이 명탐정 펠 박사가 왜 범인에게 그러한 처분을 했는지(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펠 박사를 등장시키지 않고 <화형법정>의 고든 클로스같은 새로운 인물을 하나 만들어서 그에게 사건을 풀게 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사용한 트릭은 매우 괜찮았습니다. 

 간단히 감상문을 올렸습니다. 어렸을 때 해문의 팬더추리걸작시리즈의 <마녀가 사는 집>을 보고, 역사와 미스터리, 범죄수사가 맞물린 추리소설, 즉 딕슨 카 스타일의 추리물을 좋아하게 되어 다음부터 그의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다음 작품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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