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 족청계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본 해방 8년사 역비한국학연구총서 34
후지이 다케시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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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후 한국현대사 속에서 ‘파시즘’을 주창한 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모두가 믿지 못할 것이고,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파시즘이라고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그리고 일제 정도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때의 파시즘은 단순히 ‘국가주의적 전체주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한국 현대사 연구자인 후지이 다케시의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에서는 1945년에서 1953년까지 지속되었던 해방 8년사 속에서 ‘족청계’라는 그룹의 역사를 정치사적으로, 사상사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족청’은 조선민족청년단의 줄임말이다. 조선민족청년단은 독립운동가로 유명했던 이범석이 1946년 설립해 1949년까지 운영했던 단체로, 이 단체 출신 혹은 관련된 인물들은 ‘족청계’라는 그룹으로 1953년까지 남한 정치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이들은 홀로 유유히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활동했다.

 

그러한 족청계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뉴라이트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해 건국된 나라라는 주장이 횡행하고 있는데, 해방이후 남한 사회를 이렇듯 단선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을 배격할 수 있는 매개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이들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후지이 다케시가 밝히고 있는 족청계의 사상,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일민주의’(이승만 정권의 국시)은 ‘자유민주주의’라기 보다는 1930년대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파시즘’ 혹은 ‘국가사회주의’(혹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의 영향 속에 발생한 사상인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가 ‘국가사회주의’라는 용어로 번역되는 것은 파시즘이 단순히 국가주의나 전체주의 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정한 지향을 지녔던 운동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저자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한)자본주의 둘 모두를 배격하고 출현한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범석이 주도했던 족청계의 주요인사들은 식민지 시기에 사회주의 운동을 전향한 그룹이거나, 독일 유학파 출신, 또는 장개석이 추구했던 파시즘으로부터 여러모로 배운 그룹(이범석 자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1930년대의 경험을 1945년 해방 이후 족청이라는 단체를 매개로 실현해 나갔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중요시한 것은 족청계가 보였던 모습은 ‘반공’과 ‘냉전’으로 점철되어갔던 정세 속에서 ‘반공적이면서도 미국적이지 않았던’ 족청계의 사상적 근거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는 해방 8년사 속에서 대한민국 역사가 가졌던 또다른 가능성을 밝힘과 동시에,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에 기반한)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오늘날,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하는 우리들에게 또다시 또다른 위기(파시즘?) 혹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할 것을 제기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 자신이 단순히 파시즘의 재래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이 파시즘을 세계적으로, 또 대한민국에서도 가능케 했는지 살피는 것은, 다시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데 큰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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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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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815, 우리는 해방, 광복이라고 그 날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날로부터 비롯되었던 또 다른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45815일을 패망’, ‘패배로 기억하는 이들, 이로 인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식민지 조선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식민지 조선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그들은 우리가 늘상 이야기들어 온 지배자’ ‘약탈자’ ‘억압자로서의 일본인이 아니다. 1945815일 이후 한없이 나약하고, 차별받고, 핍박받았던 이들. 그러면서 자신들이 받는 고통에 힘들어 하면서도, 또 자신들 밖에 몰랐던 이들. 식민지의 조선인들이 그 전에 감내했던 고통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그들.

이 책에서는 그런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개별 일화를 통해 펼쳐보이고 있다. 책의 문장은 딱딱하지 않고, 수많은 일화들이 어우러져 그들이 경험했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겪었던 감정을 단순히 승인해주고 있지는 않다. 자신만이 고통받는다고 믿었던 조선의 일본인들에게 한마디 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35년간 조선인들이 광범위하게 받아온 고통이란 사실을.

이 책의 전문 역사학자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논문 형식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권의 이야기책으로 엮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있다. ‘가해와 피해의 기억을 넘어서라는 결론을 대신한 여언 비슷한 글의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저자의 글에서 묻어난다. 이 책이 그런 성취를 이루길 바란다. 그럴려면 우선 일본인들에게도 읽혀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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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 묻히다 - 독립영웅, 혹은 전범이 된 조선인들 이야기
우쓰미 아이코.무라이 요시노리 지음, 김종익 옮김 / 역사비평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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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 묻히다를 처음 손에 잡아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 첫느낌은 너무나도 술술 잘 읽힌다는 것이었다. 이 책이 주로 이야기하는 인도네시아 등 적도라는 공간은 너무나도 생소했고, 조선인 군무원 이야기라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이 책은 단순히 머나먼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듯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직접 이 이야기들을 들으러 찾아다니는 저자들인 양 책에 몰입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아마도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역사 르포르타주라는 설명대로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느낌은 내가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역사학계에서는 방법론적으로 구술사라는 방식이 채용되고 있지만, 그것이 재현될 때에 이러한 직접적느낌을 주지 못한다. 논문으로서 분석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연구자들이 겪었을 그 현장성, 감정들은 오히려 사장되고 만다. 하지만 그 현장성, 순간순간의 느낌들이야말로 후세에 전해져야 할 또 한면의 역사이고 기록이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섬세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술술 읽힘이나 생동감으로 이 책의 장점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전문 역사연구자를 꿈꾸는 나로선, 저자들이 보인 노력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것 또한 큰 배움이 되는 것이었다. 적도에서 활동했던 조선인군무원, 이들은 잊혀진 존재들이었다.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피식민지인이기도 했지만, 일제의 전쟁에 동참한(혹은 동원된) 전범이기도 했고, 하지만 또 그곳에서 식민지 지배의 부조리를 최극단으로 체험하면서 조선독립을 꿈꾸었던 그들이지만, 그들은 일본에서도 해방이후 남한사회에서도, 그리고 적도에서도 모두 잊혀진 존재였다. 그럼 그들을 찾아내 발굴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지녔던 다층적 측면들을 어느 한 측면에 치우침 없이 추적하고 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역사학자를 꿈꾸는 나에게 발로 직접 뛰면서 발견하고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에 대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조선인 군무원들의 다층적 측면을 찬찬히 살폈던 점, 특히 일본 군인들은 조선인 군무원의 이름을 기억 못 하고, 조선인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이름을 기억 못 하는, 반대로 인도네시아인들은 조선인을, 조선인은 일본인을 또렷히 기억하는, 식민지 지배 속 민족적 차별이 체화되어 있던 그들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것은 최근 연구들이 친일혹은 대일협력이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탐구하는 것에 선구자격인 시각을 담지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또 어떤 면에서는 배경식 선생이 기노시타 쇼조,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다에서 그려냈던 이봉창의 모습이 조선인 군무원 그들에게도 오버랩되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식민지 지배 속에 젖어든 조선인들은 그 안에서의 출세(생존)을 꿈꾸게 되지만, 올라가려고 하면 할수록 피식민자로서의 한계와 차별을 직시하게 되고, 다시금 생존을 위해 결국은 자신이 협력했던 일본제국에 대해 저항의 길을 걷고 말았던 이들.

어쩌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성공을 하고 싶어 사회의 논리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계속해서 그 사회 논리에 배반당하고 낙오자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네들 삶 조차도 그들과 닮은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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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 러일전쟁에서 한일병합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7
서영희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비평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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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또 특히 그 사회 내부에서 새로운 국가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국가에 의한 식민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고, 사회에 어떤 변화충격을 주는 것이었을까? 단순히 민족주의적 시각, 혹은 친일, 반일이라는 틀거리를 넘어서 그 순간의 일반 민중들의 망탈리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1910년 대한제국의 멸망, 식민지조선 체제가 성립된 역사에 대한 오래된 서술들은 그것을 충분히, 사회적 의미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준다. 과도한 민족주의적 시각으로만 접근하면서, 정언명제적인 사건으로 그 시기를 사고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나와는 전연 무관한 일로 만들어 그러한 역사상을 감성으로 느끼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다고 할까? ,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우고자 한다면, 그 당대의 사람들에게 더욱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역사서술의 축이 형성되어야 하지만, 기존 역사서술은 지배저항을 기본 골자로 하는 속에서 오히려 우리를 그 역사적 감각으로부터 격리시켜두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서는 한편으로는 그러한 지난 역사 서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은 진전을 내포하고 있는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시한 틀은 지배동화.

이 틀 속에서 저자는 기존에 뭉뚱거려 서술되었고, 그 논리의 위치지점, 혹은 맥락이 무시되어왔던 친일정치세력들의 흐름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 한편으로 그들과 친연성을 지녔던 애국계몽운동세력의 내용도 같이 살피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친일이라는 사실이 애초부터 부여된 정체성이 아니라, 19세기 개화 이후, 공화정에 대한 논의가 좌절되고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해갔던 양상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저자의 이러한 틀은 이전 구도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지배저항이라는 도식을 여전히 폐기한 것도 아니고, ‘지배와 그에 부응하는 동화의 양상을 전보다 풍부히 했다는 정도만이 눈에 띈다. 일제라는 강력한 의 축은 여전하며(물론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할 이유는 없다), 또 그에 저항한 정치주체로서의 고종’(물론 그 무능력함도 간간히 서술에서 드러난다.)도 건재하다.

새로운 듯하면서도 새롭지 못함. 서술의 다양함을 담아내는 듯하면서도 그 구도가 명백한 것은 이 시대에 다시금 러일전쟁부터 한일병합까지의 시기를 어떻게 의미있는 역사적 시대로 바라볼지에 대한 충분한 답을 못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에서 역시 특징적인 서술은 책 중간중간에 배치된 스페셜테마. 전문적인 역사연구자들 사이의 논쟁적인 지점이나, 서술이 불충분한 내용들을 보충해나가는 배치는 매우 유용하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을사늑약과 병합조약의 유무효논쟁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두 사안 모두 국제법적으로 조약이 성립하느냐 안 하느냐를 한국학자들과 일본학자들이 다투고 있는 사안들이다. 조약의 성립유무를 따지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절대시하고, 그 틀에 벗어난 것을 비판하는게 유용한 틀인냥 접근하는 방식이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오히려 허망하고, 어떤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지도 모르는 지점이라는 느낌이 든다. 불법적인 방식으로 조약을 성립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집행되었고, 실제 역사 속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법이란 것은 약자들이 보기에는 공정한 룰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강자들의 정당화 논리이며, 그렇게 사용되어왔던 사실 자체를 더욱 드러내주고, ‘마저도 상대화할 수 있는 역사적 시각을 이 사안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던져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구도는 불법이냐 아니냐라는 사실관계를 따지는듯한 구도로 빠져들면서 그것은 평행선만을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스페셜테마조차도 다양한 시각, 풍부한 해석을 덧붙여주려는 느낌보다도 일본 역사학계에게 죄지우기 이상의 구도를 독자들에게 낫지 못할 공산이 크다.

 

20세기 한국사 시리즈는 어떻게 역사에 접근할 것인가?

기존의 정치사 영역을 중심으로 대한제국 멸망이라는 사태에 접근한다면, 현재까지 이루어졌던 구도를 탈피하고, 우리 자신에게 성찰의 칼날을 돌릴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힘들 것이다. 자신에게 성찰의 칼날을 돌린다는 것은 망국책임론우리 민족에게 따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의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경계심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더 이상 어떤 절대적 의 존재로서 역사를 설명하기보다는, 너와 나와 다를 바 없는 나약한 존재들이, 혹은 욕망에 찬 존재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갔고 이끌어 갔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그것이 이끌어냈던 사태를 비판하며, 현재의 우리에게 매질하는 방향.... 그것이 더욱 현재의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사적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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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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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 세트 - 전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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