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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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815, 우리는 해방, 광복이라고 그 날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날로부터 비롯되었던 또 다른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45815일을 패망’, ‘패배로 기억하는 이들, 이로 인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식민지 조선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식민지 조선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그들은 우리가 늘상 이야기들어 온 지배자’ ‘약탈자’ ‘억압자로서의 일본인이 아니다. 1945815일 이후 한없이 나약하고, 차별받고, 핍박받았던 이들. 그러면서 자신들이 받는 고통에 힘들어 하면서도, 또 자신들 밖에 몰랐던 이들. 식민지의 조선인들이 그 전에 감내했던 고통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그들.

이 책에서는 그런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개별 일화를 통해 펼쳐보이고 있다. 책의 문장은 딱딱하지 않고, 수많은 일화들이 어우러져 그들이 경험했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겪었던 감정을 단순히 승인해주고 있지는 않다. 자신만이 고통받는다고 믿었던 조선의 일본인들에게 한마디 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35년간 조선인들이 광범위하게 받아온 고통이란 사실을.

이 책의 전문 역사학자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논문 형식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권의 이야기책으로 엮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있다. ‘가해와 피해의 기억을 넘어서라는 결론을 대신한 여언 비슷한 글의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저자의 글에서 묻어난다. 이 책이 그런 성취를 이루길 바란다. 그럴려면 우선 일본인들에게도 읽혀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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