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 공부, 공부를 외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20대, 공부에 미쳐라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40대, 공부 다시 시작하라

  이것은 나의 말이 아니다. 시중에 돌고 있는 책들의 제목이다. 10대, 20대에게 공부하라는 책은 이런 책 말고도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공부’란 무엇일까? 시대가 요구하는, 혹은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부란 무엇일까?
  󰡔경연, 왕의 공부󰡕는, 현재 우리 시대에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추구하는 ‘공부’와는 또다른 공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공부’란 결국 스펙쌓기와 관련된 것들이다. 영어 점수 혹은 자기추천에 필요한 것들, 심지어는 봉사활동마저도 스펙의 하나로 취급하며, ‘공부’를 위한 공부보다는 출세를 위한 공부가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이 책에서는 왕의 공부를 ‘인문학 공부, 일상의 배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는 바로 그 공부를 경연을 통해서 드러내고, 그것에 의미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조선시대 왕들이 어떤 공부를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지만, 그로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초반부는 경연이 일반적으로 어떤 형식,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었는지를 개괄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경연의 실제 진행을 기대승과 이이의 기록을 통해서 구성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경연의 실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면서, 조선의 왕과 신하가 어떤 대화를 어떻게 진행하며, 인문학적인 유교 경전의 내용을 어떻게 실제 정책과 연결지어 나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여러 대목에서 현재적인 이슈들에 대한 논평도 양념처럼 첨가하고 있어, 읽는 동안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단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경연의 대화내용을 통째로 옮겨다 붙인 것은 경연현장의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난해함과 낯설음으로 독해에 어려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각각의 개별 경연들이 에피소드처럼 구성되면서 하나로 통합되는 의미를 취하기에는 독자의 미숙함 탓인지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읽던 와중에 종종 경연의 전체내용을 다 따라가지 못하고 풀이만을 읽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불성실한 독자가 괜히 저자탓을 하는 것같기도 하지만, 독해의 어려움을 준 것은 독자의 탓이라기보다는 저자의 탓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큰 책이다. 공부, 공부, 공부, 평생 공부를 외치는 듯, 내몰리고 있는 현재에,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할 공부란 무엇일까? 그것을 어떤 식으로 실천하면 좋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