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믐날 밤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방정환 지음, 허구 그림, 장정희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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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선생이 쓴 동화라고? 그 분이 동화도 쓰셨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곤 옛날에 지어진 동화니까 별 재미 없을거야 라는 생각도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표지가 너무 예뻤고.. 또한 궁금했다.

올해가 어린이날이 시작된지 100주년이라, 5월이 떠들썩했으니까 말이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이었습니다.

절간에서 밤에 치는 종소리가 그친 지 오래된 깊은 밤이었습니다.

깊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밖에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밤중이었습니다."


벌써부터 그 고요한 깊은 밤의 정취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촌스러울 것이란 내 예상은 이 첫 페이지에서 시원하게 날아갔다.


4월의 마지막 날, 혼자 잠 못 이루고 앉아있던 아이의 귓가에, 어디선가 속살속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궁금증에 빼곰히 내민 얼굴에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마주한 것은 고운 꽃치마를 입은 진달래 꽃이었다.

꽃들과 새들은 내일(5월 초하루) 열릴 새 세상을 위해, 잔치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찌나 다들 부산스럽고, 바지런한지...

그 와중에 참새가 중요한 소식을 알리러 개구리 인력꾼이 끄는 인력거를 타고 온다.

참새가 전한, 뜻밖의 소식에 꽃들은 걱정을 한다.

과연 5월 초하루 새 세상이 열리는 날 잔치는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과연 소녀와 꽃과 새들은 어떤 5월 초하루를 맞이하였을까?


방정환 선생의 동화는 <시골쥐의 서울 구경> 이후, 두 번째로 읽었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암울했던 시기에 이런 유쾌하고 밝은 이야기를 지어내셨다는 경탄이다.

특히 이 책에서 맞이하는 5월 초하루의 풍경을 보면, 정말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햇살이 들어와 내리쬐는 기분이다.

그 당시, 어린이들을 위한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진실되셨는지가, 이 동화들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

어린이날은 1922년 5월 1일 방정환 선생에 의해 처음 선포되었다. 방정환 선생은 당시 일제 식민 치하에서 사람 대접을 못 받던 조선 어린이들 위해 수많은 서구적 사업을 몸소 개척하며 우리나라 어린이 운동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치를 남겼다. 대표적으로 1921년 5월 1일 천도교 소년회를 조직하고, 1922년 5월 1일에는 어린이날을 선포하였으며, 이듬해 1923년 제1회 어린이날은 전국 규모로 개최함으로써 '어린이날'을 확대 정착시켰다. 1923년 3월 순문예 잡지인 "어린이"를 창간하였고, 같은 해 5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문제 연구 단체인 "색동회"를 창립했다.

또한, 생전에 남긴 세계 명작 동화집 <사랑의 선물>(1922, 개벽사)을 비롯, 동요 "귀뚜라미 소리", "눈", 동화 <호랑이 형님>, <4월 그믐날 밤>, 소년소설 <만녀샤쓰>, 소년 탐정소설 <칠칠단의 비밀> 등 어린이를 위해 뛰어난 문학을 많이 남겼다. ( - 본문 작가 소개 발췌)

***


또한 책의 마지막에 있는 방정환 선생의 글은, 지금의 어른들도 다시 한 번 깊이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또한 아이와 이 책을 나누는 시간이 우리의 '어림'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어림(幼)은 크게 자라날 어림이요 새로운 큰 것을 지어 낼 어림입니다. 어른보다 10년, 20년 새로은 세상을 지어 낼 새 밑천을 가졌을망정 결단코 결단코 어른들의 주머니 속 물건만 될 까닭이 없습니다.

- 중략 -

... 조선의 어린 민중들이여! 다 같이 나아와 이날을 기념합시다. 그리하여 다 같이 손목 잡고 5월의 새잎같이 뻗어 나갑시다. 우리의 생명은 뻗어 나가는 데에 있습니다. 조선의 희망은 우리의 커 가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

<어린이> 1926년 5월호 방정환


* 출판사에서 해당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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