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베이유(Simone Weil)는 우리가 사랑 가운데 서로를 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태도가 ‘머뭇거림‘이라고 말한다. 가속화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머뭇거림이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머뭇거림 속에는 함부로 말하거나, 판단하거나, 응대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다. 지나칠 정도로 단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나름의 확신 때문이겠지만 그들은 자기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다. 종교인들의 언어가 특히 그러하다. 확신은고단한 생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기둥이지만, 그 확신이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폐쇄성에 갇힐 때는 아집에 불과하다. -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