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 - 그저 함께이고 싶어 떠난 여행의 기록
이지나 지음, 김현철 사진 / 북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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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을 읽고 좋아서 거슬러왔다. 원래도 여행기를 좋아하는데, 여정뿐아니라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고운 마음 결이 느껴져서 아껴가며 읽어내렸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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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태도가 있다면 ‘머뭇거림‘이 아닐까?
머뭇거림은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으려는 겸허함, 함부로 속단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조차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내포한다. 모든 틈은 깨진 상처인 동시에 빛이 스며드는 통로인 것처럼, 머뭇거림은 우유부단함처럼 보이지만 나와 타자가 함께 숨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머뭇거림이 사람을 자기 초월의 방향으로 인도한다. - P111

참된 종교는 사람들을 더 큰 이야기 속으로 초대함으로 자기를 초월하게 한다. 사람들에게 불확실함과 함께 살아갈 용기를 부여한다. 사람들을 개별화시키는 세상에 맞서 연대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일상 속에 깃든 영원의 불꽃을 보게 만든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슬픔에 잠긴 이들을 위로하고, 위기에 처한 이들의 설 자리가 되기 위해 몸을 낮추는 이들은 얼마나 숭고한가? 약자들을 희생시키는 불의한 제도에 맞서 끈질기게 저항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의와 평화와 기쁨이야말로 종교의 참됨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 P147

아브라함 조슈아 헤셸은 "우리가 절망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목적이 되는 게 아니라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통받는 타자들의 삶에 연루되기를 꺼리지 않을 때 우리 삶은 확장되는 동시에 상승한다. 상승이란 욕망 주변을 맴돌던 삶에서 벗어나 더 큰 존재의 지평 속에서 세상을 바라봄을 의미한다. 욕망이 삶의 중심이 되면 우리는 고립을 면하기 어렵다. 부푼 욕망에는 타자를 위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철학적 거리두기가 아닌 고립은 타자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낯선 이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필요에 응답할 때 자기 속으로 구부러진 마음은 비로소 바루어진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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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다. 재난을 더욱 크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과 분석은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폐허를 딛고 일어서야 할 사람들의 설 땅이 되어주어야 할 때이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과 심연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 이들의 품이 되어주려는 이들은 그 존재 자체로 세상의 빛이다. - P98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속에 그늘을 품고 산다. 그늘은 실패와 절망, 슬픔과 허무가 갈마들며 우리 내면에 남긴 흔적이다. 그늘이 짙어 다른 이들까지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들이 있다. 음습한 곳에 자라는 버섯의 포자처럼 그들은 우울과 분노를 주변에 퍼뜨린다. 반면 그늘을 안으로 삭혀 으늑한 공간으로 빚어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내밀한 상처를 안고 다가오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공간을 내준다. 그곳에서는 울어도 되고, 한숨 자도 된다. 그늘이 아늑한 숲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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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가 누군가의 가슴에 심어준 씨앗들은 어딘가에서 발아하여 형체를얻고 자라고 있다. 오늘 우리의 모습 또한 누군가가 우리 속에 심어준 씨앗들이 형태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P69

특정한 장소에 와서 받아가도록 하지 않는 것은 구호품이 아니라 사랑의 선물임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받는 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려는 깊은 배려이다. 배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배려 받음의 경험은 우리속에 있는 얼음을 녹이는 봄볕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누군가에게 고향을 선사하는 일이다. 그런 고향을 경험하는 이들이라야 다른 누군가의 고향이 될 수 있다. 무정한 세상을 다정함으로 녹이는 사람들이야말로 하늘에 속한 사람이 아닐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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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의 경우는어떨지 몰라도 문학(혹은 출판)이라는 필드의 경우 10년 가까이 종사한 뒤에도 업계의 누군가를 전적으로 좋아하기는 꽤 힘든 일이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멀리서 봐야 아름답기 마련이니까.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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