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속에 그늘을 품고 산다. 그늘은 실패와 절망, 슬픔과 허무가 갈마들며 우리 내면에 남긴 흔적이다. 그늘이 짙어 다른 이들까지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들이 있다. 음습한 곳에 자라는 버섯의 포자처럼 그들은 우울과 분노를 주변에 퍼뜨린다. 반면 그늘을 안으로 삭혀 으늑한 공간으로 빚어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내밀한 상처를 안고 다가오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공간을 내준다. 그곳에서는 울어도 되고, 한숨 자도 된다. 그늘이 아늑한 숲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