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다. 재난을 더욱 크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과 분석은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폐허를 딛고 일어서야 할 사람들의 설 땅이 되어주어야 할 때이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과 심연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 이들의 품이 되어주려는 이들은 그 존재 자체로 세상의 빛이다. - P98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속에 그늘을 품고 산다. 그늘은 실패와 절망, 슬픔과 허무가 갈마들며 우리 내면에 남긴 흔적이다. 그늘이 짙어 다른 이들까지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들이 있다. 음습한 곳에 자라는 버섯의 포자처럼 그들은 우울과 분노를 주변에 퍼뜨린다. 반면 그늘을 안으로 삭혀 으늑한 공간으로 빚어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내밀한 상처를 안고 다가오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공간을 내준다. 그곳에서는 울어도 되고, 한숨 자도 된다. 그늘이 아늑한 숲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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